[약 이야기] 40대 남성인데 발기부전? 무작정 비아그라 보다는 남성호르몬 수치 살펴보세요

권선미 기자 2020.10.23 16:51

#130 남성다움을 지키는 남성 갱년기 극복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갱년기라고 하면 흔히 여성을 생각하지만, 남성에게도 갱년기는 찾아옵니다. 40세가 지나면 인생의 전성기가 지난 것 같아 기분이 울적해지고, 근육으로 탄탄했던 몸은 사라지고 뱃살이 늘어납니다. 매일 피로하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성욕이 떨어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바로 남성 갱년기 입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폐경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있는 여성 갱년기와 달리 남성 갱년기는 눈에 띄는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돼 눈치 채기 어렵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세계 폐경의 달(10월)을 계기로 인생의 가을을 맞은 남성 갱년기 증상과 올바른 대처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낯선 단어지만,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지배하는 성(性) 호르몬입니다.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이 호르몬은 목소리를 낮고 굵게 만들고, 근육·뼈를 키우는 등 남성 성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건강한 남성은 하루에 5~7mg 정도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합니다. 보통 30대 초반에 남성 호르몬 수치가 정점에 도달한 다음 30대 후반부터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기 시작해 40대 후반이나 50대가 되면 서서히 갱년기 증상을 느낍니다. 대한남성과학회와 대한남성갱년기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의 26.9%, 50대의 31%는 치료가 필요한 갱년기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나타나는 남성 갱년기
테스토스테론의 생산·분비가 준다고 곧바로 생식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전신 건강입니다. 기초대사량이 줄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이 떨어져,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합니다. 특히 뱃살이 많이 생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뱃살은 다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방해해 뱃살이 더 찌도록 유도합니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혈당 조절능력이 떨어집니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남성다움 상실입니다. 동년배에 보다 술·담배을 즐기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 빨리 남성 갱년기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혹시 나도 남성 갱년기가 아닐까 고민된다면 위에 있는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 설문지를 우선 살펴봅니다. 이 자가진단 설문지에서 1·7번에 해당하거나, 그 외 문항에서 3개 이상 해당한다면 일단 남성 갱년기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남성 갱년기라고 생각된다면 병의원에서 혈액검사로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남성갱년기학회에서는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350ng/dL 미만으로 떨어지면 남성 갱년기로 진단합니다.
 

고개 숙였다면 무조건 발기부전? 남성 갱년기땐 발기부전 약 먹어도 효과 없어
남성 갱년기로 의심된다면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발기부전 같은 성 기능 장애로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체감하는 남성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성적인 부분입니다. 발기 강직도가 떨어지고 성욕이 줄었다고 느껴지다 보니, 비아그라·시알리스·자이데나·엠빅스·제피드 같은 각종 발기부전 약을 찾기 쉽습니다. 참고로 남성 갱년기가 원인인 성 기능 장애는 발기부전 약만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남성 갱년기 치료도 병행해야 합니다.
 
남성 갱년기와 발기부전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질환입니다. 남자의 일생은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 호르몬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남성 갱년기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성적·육체적·심리적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납니다. 성적 흥미 감소는 물론 근육의 양과 근력이 줄어 체력이 떨어지고, 골밀도가 줄어 뼈도 약해집니다. 정서적인 부분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기억력·집중력·공간 지각능력이 떨어지고, 기분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성격이 급해지거나 불안·초조감을 호소합니다. 정상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혈중 멜라토닌이 줄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토막잠을 자는 경우도 늘어납니다. 대한비뇨기호르몬연구회 서주태 회장(서주태 비뇨의학과 의원)은 "남성 갱년기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여러 신체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100세 시대 남성 갱년기를 적극적으로 진단·치료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발기부전은 발기한 상태를 일정 시간동안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를 집중적으로 점검합니다. 참고로 40세 이후 나타나는 발기부전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동맥경화는 혈관 직경이 작은 남성의 음경 내 동맥부터 시작됩니다. 동맥경화와 같은 질환이 발견되기 평균 38.8개월 전부터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당뇨병에 걸린 남성 중 15~30%는 발기부전으로 고통받습니다. 발기부전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을 경고하는 증상중 하나입니다.따라서 발기부전이 생겼다면 전신 혈관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 주사로 3개월 가량 혈중 테스토스테론 유지
남성 갱년기의 치료는 부족한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남성 호르몬 보충요법입니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남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합니다. 남성 호르몬 보충요법에 쓰이는 약은 어떻게 투약하느냐에 따라 ①먹는 경구제 ②피부에 붙이는 패치제 ③ 바르는 겔제 ④주사제 등으로 구분합니다. 투약 방식에 따라 약효 지속시간과 주의사항이 다릅니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큼 자신이 꾸준히 투약하기 편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작하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반드시 전립선 특이항원(PAS) 검사로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또 남성 갱년기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운동을 병행합니다.
 
도움말: 대한비뇨기호르몬연구회 서주태 회장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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