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감염 고령자,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 높다

권선미 기자 2024.09.27 08:24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으로 효과적인 예방 필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으로, 돌연변이에 취약한 RNA로 구성돼 변이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독감은 일반 감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고열과 심한 두통, 근육통 등 더 심한 증상을 동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 고위험군이다.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감염되면 합병증이나 입원·사망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이 전 연령 통틀어 가장 높은 82.2%이지만, 독감으로 인한 입원 환자의 70%, 사망 환자의 90%를 고령층이 차지한다. 환절기에 접어들며 시작되는 독감 유행을 앞두고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에게 고령층 독감의 위험성과 백신의 특징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1. 고령층이 독감에 걸리면 일주일 내 급성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O 독감 감염과 급성 심근경색의 상관 관계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특히 고령층은 독감에 감염된 이후 7일 이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평균보다 약 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령층은 독감에 감염되면 기저 질환이 약화하거나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평균 대비 7배 올라가는 등 전신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에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 

Check2. 고령자가 아닌 40대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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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감염학회에서는 6개월 이상의 소아와 성인은 매년 10~11월 사이 독감 백신을 1회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독감 합병증 고위험군이라 더욱 접종을 강조할 뿐이다. 국가예방접종(NIP) 역시 독감 합병증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NIP 대상이 아닌 경우 인근 병의원에서 유료로 독감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사실 건강한 성인은 대개 독감에 감염되더라도 며칠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고령층, 영유아 등 독감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와 함께 거주한다면 독감에 감염됐을 때 독감에 취약한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독감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령층 등 독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도 독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으로 분류한다. 특히 사회생활로 외부 접촉이 많은 많은 만큼 독감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가족의 안전과 집단 면역형성을 위해 국가예방접종 대상이 아니더라도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heck3. 고령층은 기존 독감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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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NIP로 제공하는 표준 4가 독감 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평균 30~40%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건강한 성인에서 60~90%의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는 면역 노화로 고령층의 항체 생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신 접종 시 생성되는 항체가 건강한 성인의 40~8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감에 취약한 고령층의 보다 확실한 예방을 위해 학계에서도 면역 효과를 강화한 고면역원성 백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Check4. 고령층 전용 독감 백신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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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노화로 기존 백신으로 확실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 개발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이 있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표준 백신보다 강화된 면역 효과를 나타내는 백신으로 항원 투입 시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하도록 하는 면역증강제(Adjuvant)를 함유한 백신 및 항원의 함유량을 높인 형태의 고용량 백신 그리고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이 있다.

특히 면역증강제를 포함하고 있는 CSL시퀴러스의 플루아드 쿼드는 고령층의 독감 예방을 위해 면역증강제 MF59를 첨가해 면역 반응 크기와 폭, 기간을 개선해 높은 면역 효과를 유도하는 백신이다. 독감 백신 플루아드를 기반으로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1종을 추가해 개발됐다. 면역증강제를 통한 교차면역 효과로 백신 미스매치 현상을 방지하고 기존 백신과 달리 최대 1년까지 면역원성을 유지할 수 있어 가을, 겨울과 봄까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비급여로만 접종이 가능하다.

미국·유럽·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고령층의 독감 예방을 위해 이미 몇 년 전부터 고면역원성 백신의 접종을 권고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한감염학회 ‘2023 성인 예방접종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Check5.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은 동시 접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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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접종이 가능하다. 10월부터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동시 접종이 시행될 예정이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시에 접종한다면 한 번의 병원 방문으로 두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본격적인 독감 시즌이 도래하는 동절기를 앞두고 질병관리청은 고령층의 두 백신 동시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 22~23 절기 기준으로 65세 이상에서 코로나19와 독감 백신 동시접종자 24만여 명의 이상 반응 신고율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단독 접종자의 이상 반응 신고율보다 약 4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시 접종 시 독감 백신과 코로나 19 백신은 각각 다른 팔에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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