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답답하고 꽉 막힌 코, 비염이 아닐 수 있다?

신영경 기자 2024.04.24 09:58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조형주 교수 Q&A

◆ 4월 28일은 대한비과학회가 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코의 날’입니다. 코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4월, 코 건강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매년 2번의 정기적인 병원 진료로 코 건강을 평생(∞) 관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헬스미디어는 코의 날을 맞아 평소 환자가 궁금해하는 코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따른 건강 관리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Q. 어릴 때부터 코가 자주 막혀 늘 불편했습니다. 그저 심한 비염 증상으로 여기고 비염 치료만 받아왔는데요. 최근엔 숨이 잘 안 쉬어지고 후각까지 둔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혹시 비염이 아닐 수도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조형주 교수.

A. 대부분의 환자들이 코가 막히고 불편하면 비염을 의심하곤 합니다. 하지만 코 막힘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비염 말고도 ‘이것’이 있습니다. 바로 축농증으로 알려진 부비동염입니다. 비염은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비강’ 내에 염증이 관찰되는 질환인데요. 부비동염은 코 주위 뼛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분비물이 고이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부비동염이 비염보다 염증 발생 범위가 넓어 치료나 관리가 어렵죠. 


증상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부비동염 증상으로는 코막힘이나 콧물(후비루)은 물론이고 부비동 부위의 통증과 압통, 안면통, 치통, 이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발열, 권태감이 나타날 수 있어요. 콧물이 목구멍과 기관지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기도 하고요. 만약 관리를 제때 하지 않아 만성으로 넘어간다면 환자 10명 중 9명이 후각이나 미각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만큼 부비동염 증상은 일상생활에 치명적입니다. 

부비동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개선되는 다른 코 질환과 달리 점점 더 증상이 악화해 치료가 어려워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으로 가기 전,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코막힘, 콧물과 같은 비염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하거나 비염 치료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부비동염을 의심하고 다시 병원에 가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비동염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요법과 환경요법이 병행해서 이뤄집니다.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비강 세척이 권고되죠. 고름 같은 콧물이 개선돼 색이 엷어지고 점도가 묽어지는 등 효과가 나타날 경우 치료가 종료됩니다. 만약 치료가 어렵거나 만성 상태로 흘러간다면 경구 스테로이드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경구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우울증이나 백내장, 고혈압, 고혈당증 등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땐 내시경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 안에 용종이 동반된 만성 부비동염에서 내시경 수술이 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용종 발생의 병태 생리에 따라 수술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 재수술 외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 정도는 더 심할 수 있습니다. 수술 환자의 35%가 수술 6개월 후 용종 재발을 경험합니다. 이후 24개월까지 중증도가 증가하면서 후각 소실과 같은 코 증상이 다시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재수술이 이뤄지는 치료 과정의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다행히 최근엔 다양한 치료제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치료가 까다로운 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됐어요. 생물학적 제제는 경구 스테로이드 의존도를 낮추면서 용종의 크기를 줄이고 후각 소실 등 부비동염 증상을 개선하는 전신 치료제입니다. 재발과 악화를 겪던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수술로도 재발을 완벽히 막기 어렵다면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만성 부비동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입니다. 만성적인 코막힘과 안면 통증, 심지어 후각 소실과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초래하죠. 무엇보다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부비동염의 증상과 예후를 인식하고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코 건강을 잘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4월 28일 코의 날을 맞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코 건강을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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