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비동염 탓에 냄새 못 맡아 괴로워…어떤 치료 받아야 할까

김선영 기자 2024.04.29 08:50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상철 교수 Q&A

◆ 4월 28일은 대한비과학회가 코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코의 날’입니다. 코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4월, 코 건강의 중요성을 짚어보고 매년 2번의 정기적인 병원 진료로 코 건강을 평생(∞) 관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헬스미디어는 코의 날을 맞아 평소 환자가 궁금해하는 코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따른 건강 관리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Q. 몇 달 전 감기를 앓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코가 계속 막혀 병원을 찾았더니 부비동염이라고 합니다. 요새 숨쉬기가 어려워 잠을 못 이루고 냄새를 못 맡아 너무 괴롭습니다. 병원에선 수술을 권유하는데 수술받으면 나을 수 있는 건가요. 수술이라고 하니 무섭고, 계속 이렇게 불편하게 지내려니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상철 교수.

A.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 콧물로 코가 막히면 꽃가루 알레르기 정도로 치부하고 넘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렇거나 끈끈한 콧물 혹은 코 막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축농증이라고 불리는 부비동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부비동염은 코 주변 뼛속 빈 공간에 분비물이 고이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입니다. 주요 증상으론 코 막힘부터 안면 통증, 발열, 후각·미각 소실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했을 때 만성으로 분류합니다. 만성 부비동염 환자의 90%는 후각·미각 소실을 경험합니다. 후각 소실은 환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만성으로 넘어가기 전에 빠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만성 부비동염 환자가 겪을 수 있는 후각·미각 소실은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상한 음식이나 독성 물질을 섭취할 우려가 있고 가스 누출에 노출됐으나 감지하지 못하는 등 위험한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3배 더 높아지는 것이죠. 후각이 완전히 소실될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공포성 불안 등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수면장애나 기억력 저하, 식욕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만성 부비동염 환자는 대개 학교나 직장 생활을 수월히 해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14년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난치성 만성 부비동염 환자의 업무 능력은 18% 저하돼 있으며 질병과 관련된 업무 손실이 연간 38.8일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 전체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약 128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입니다.

특히 만성 부비동염 환자가 폴립으로 불리는 용종을 동반한 경우 질병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 환자는 증상이 심할 수 있고 약물과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더 심하기 때문입니다. 수술한 후에도 용종이 재발하는 경우가 35%에 달하고 환자의 75%는 후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 의지가 꺾이곤 합니다.

이처럼 질병 부담이 큰 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 환자는 치료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용종을 동반한다면 보통 세균성 감염보단 염증 반응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판단해 항생제 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전신 스테로이드 혹은 내시경 수술을 고려할 수 있고 생물학적 제제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므로 수술로도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환자에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장 골칫거리인 후각 소실 증상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할 경우 빠르게 개선되며 그 효과가 오래가는 것을 확인한 임상 연구도 있습니다.

부비동염은 치료 시기가 지연될수록 질병 부담이 커지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빨리 전문의와 상담하고 검사를 받아 본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의 치료로 나을 수 있는 질환이 아닌 만큼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코가 건조하지 않도록 실내 습도를 잘 조절하고 수술이나 치료 후 회복을 방해하며 재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술과 담배는 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겠죠. 다양한 향을 맡아보는 것 역시 도움됩니다. 코의 날을 맞아 건강한 코 관리 습관을 형성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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