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10년 만에 최대 유행…어떻게 예방하나

권선미 기자 2024.04.29 13:38

가족 간 감염으로 백일해 확산할 수 있어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는 백일해가 전년 대비 3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한 수치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365명으로 지난해(11명) 동기간 대비 33.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간 동기간 대비 최다 발생이다. 

백일해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2급 법정감염병인 백일해는 발작성 기침이 특징이다. 콧물이나 경미한 기침으로 시작해 발작성 기침으로 진행한다. 주로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비말(침)로 전파된다.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실제 이달 초 부산에서도 백일해가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

백일해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염된다. 특히 가족간 감염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이나 소아·청소년은 백일해에 걸려도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다. 문제는 생후 12개월 미만 영유아다. 백일해는 나이가 어릴수록 중증 합병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호흡기 염증을 일으키는 백일해균이 유발하는 발작성 기침으로 청색증, 기관지 폐렴, 저산소증, 뇌손상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백일해 연관 사망의 대부분은 3개월 미만 영아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백일해로 확진된 영유아의 86%는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등 밀접 접촉자인 가족 내 감염으로 발생한다. 
백일해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영유아와 밀접 접촉한다면 백일해 예방접종에 신경써야 한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의 백일해 예방을 위해 부모, 형제, 조부모 등 영아를 접하는 사람에게 영아와 밀접하게 접촉하기 2주 전까지 Tdap 백신(성인형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한다. 백일해 백신의 방어 면역은 10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도 만 11~12세에 Tdap 접종 이후 10년마다 Tdap또는 Td로 추가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영유아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람의 백일해 감염을 막아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의미다.


임신 3기 여성이라면 Tdap 백신 접종을 통해 모체로 만들어진 항체를 태아에게 전달해 수동 면역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일종의 모체 면역이다. 첫 기초 백신을 접종하기까지 2개월 동안의 공백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신 중 Tdap 백신을 접종한 경우 신생아 백일해 예방 효과는 69~91%까지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수동 면역의 예방 효과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생후 2·4·6개월 때 잊지말고 Dtap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수원 세인트마리여성병원 장동규 원장은 "지난 10년간 보지 못한 백일해 유행에 모두가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유아에 특히 치명적인 백일해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은 꼭 필요하다. 백일해 백신은 10년을 주기로 재접종이 권장되는 만큼 과거에 접종했더라도 또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