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건강보험 준비금 소진 가속화…재정 관리 필요한 시점”

권선미 기자 2024.04.16 13:11

필수보장·지속 가능성 등 핵심 목표

건강보험 재정 적자 가속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개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8)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주제로 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 정부에서 지불제도 개편, 필수의료 중심 보장, 지출 효율화 등을 과제로 한 ‘제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8)’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면서 건강보험 재정 정책의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제 2차 국민건강 종합계획은 2023년부터 발표된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필수의료 혁신 전략,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이슈별 방향을 종합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법 제3조의2 신설로 종합계획의 수립근거가 마련됐고, 2019년 4월 제 1차 국민건강 종합계획(2019~23)이 수립·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제 2차 종합계획에서는 필수 보장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차 종합계획에서 국민 의료 안전망을 확대하고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지역·필수의료 공백, 과다 의료 이용에 따른 보장률 개선 한계 등 구조인적 문제가 나타났음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당기수지 적자는 2026년부터 시작되고 적자 폭이 매년 증가해 2028년에는 1조5836억원에 이르는 등 준비금 소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필요한 의료를 중심으로 지불 구조를 개편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정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필수의료 중심 수가 인상 추진
2차 종합계획에서는 필수 보장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4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지불제도 개편이다. 진료의 분절을 가져오는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와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 위주의 수가 인상을 추진한다.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의료행위 난이도와 지역격차 등을 반영한다. 투입된 노동의 강도, 난이도, 시간 등의 비용 등을 포함한 가치기반 보상과 신포괄수가제 개선 등 대안적 지불제도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조원 규모의 재원으로 혁신개정을 신설한다. 

둘째로 필수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 보장을 위해 권역별 거점기관 중심의 급성기 필수의료 협력체계와 지역 만성기 통합지원 체계 구축 등 지역 기반 필수의료 중심의 집중지원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건강 바우처 도입 검토, 건강검진 항목 조정·확대,  소아 1형 당뇨환자 지원, 호스피스 지원 확대 등 복합·만성질환 예방과 통합관리 방안도 추진된다. 

셋째로 지속 효율화를 위해서는 병상·의료장비 신·증설을 제한하고, 비급여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기 위해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보고제도를 강화한다. 또 실손보험 개발·변경·지급기준에 대한 복건복지부·금융위원회 사전협의 제도화 등이 추진되는 한편, 급여 항목의 주기적 재평가, 선별급여의 근거 중심 평가를 통해 가격 조정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진료량 관리 차원에서 가입자 본인부담을 조정하는 과다 의료 이용자의 본인부담 상향, 외래·산정특례 본인부담 제도 개편, 비중증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적용 등도 추진된다. 재원조달 측면에서 새로운 유형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검토하고, 보험료율 인상 및 국고 지원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안정 및 혁신 지원을 위해 필수의약품 공급안정과 보건의료 혁신을 목표로 중증 치료 신약의 신속등재를 지원하고 혁신 의료기기의 진입을 허용한다. 또 혁신기업과 국내 공급망 구축 제약 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등 지원조치도 포함된다. 

지출 통제 효과성 등 쟁점 부각
입법조사처는 적정 보장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본인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지출 통제의 효과성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봤다. 먼저 과다 의료이용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공급자 도덕적 해이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실손보험 의존이 중첩돼 발생하는 것이라며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가입자 본인 부담을 높이는 정책 개편은 보장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민간 보험 유입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외에도 가입자의 본인 부담을 높여 전체적인 의료 이용량을 통제하면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질환 위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우려를 해소하자는 보완적 의견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와 협업 강화로 실손 보험 개선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령층 등 기존 가입자의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혼합진료 금지를 적용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만으로 진료가 완결되는 보장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 선택을 위한 실손보험 가입 유인이 커져 가입자의 실손보험료 부담이 초래되고 보험업계만 실손보험의 손해율 개선이라는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언급했다.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이 한국보다 높고, 혼합진료 부분 허용으로 정책을 완화해나가고 있어 직접적 비교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혼합진료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지 못해 재정투입을 통한 보장성 개선에 한계가 있고 비급여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영역을 제외한 혼합진료 금지 도입이 공공부문 중심의 진료제공과 보장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출 효율화 관련해서는 건강보험의 지출목표, 가격 조정 및 진료량 관리 등 구체적인 지출 효율화 방안이 포함됐으나 재정적 의료비 지원의 확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상병수당 도입 등 추가적 재정 지출 소요가 예정돼 있어 지출 통제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예상정책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 적자가 시작되고 2028년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는 등 정부 전망에 비해 빠르게 재정문제가 심화되는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어 지출 효율화 등 재정적 지속 가능성 방안이 보다 면밀하게 계획·실행될 필요성이 언급된다.

적정 부담 논의 절차 추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향후 과제로 ①필요성·효과성에 기반한 적정 보장 수준을 제시, ②적정 부담 논의를 위한 재정 시나리오 공개 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보장성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수준에서 과다의료이용·외래 진료 등 영역에 대한 본인부담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OECD 평균치와 단순 비교를 넘어 의학적 필요·효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정 보장 수준을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실손보험 개편이 과도한 부담 전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관련 사항에 대하서도 투명한 공개를 바탕으로 적정 부담 논의를 위한 절차를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요 과제 시행에 필요한 추가적 재정 소요와 지출 효율화를 통해 달성 가능한 지출 통제분, 부과기반 화대 방안을 포함한 재정 시나리오가 투명하게 공개돼 논의될 필요성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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