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방사선 치료 후 생긴 변형 섬유조직, 재발암 아냐

권선미 기자 2024.04.16 10:30

확진 위해 조직검사 시행 권장

폐암은 주로 3기 이상인 상태에서 진단돼 방사선 치료를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로 강한 에너지의 레이저 빔으로 암세포 DNA를 파괴해 사멸을 유도한다. 최근엔 병기 구분 없이 치료 활용도가 높아졌다.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는 “최근 1기 폐암에서도 방사선 치료가 외과적 절제술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방사선 치료 비율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 방사선 치료로 DNA가 파괴돼 사멸된 암세포는 체내 면역 반응으로 흡수된다. 다만 모두 흡수되지 않고 일부는 섬유조직으로 변형된 채 남는다. 공 교수는 “사멸된 암세포가 변형된 섬유조직은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일종의 흉터로 넘어지거나 다쳐 생긴 큰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가 남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방사선 치료 시작 3개월 후부터 1년 정도까지 크기가 커질 수 있으나 섬유조직 내에 살아 있는 암세포는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문규 교수가 폐암 방사선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로 변형된 섬유조직은 흉부 X선 혹은 CT 촬영 시 불규칙한 경계를 갖는 흰 음영으로 보인다. CT 촬영으로 확인한 이미지에서 흉터 조직과 재발암이 유사할 수 있다. 따라서 재발암과 흉터 조직의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공 교수는 “재발된 폐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모든 치료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흉터 조직을 재발암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여 방사선 치료 후 3~4년이 지난 시점까지 흉터 조직의 크기가 커지기도 한다.


재발 여부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방사선 치료 후 암덩어리와 그 주변 조직이 섬유화되면서 흉터 조직으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재발암은 CT 소견 상 비교적 균일한 경계를 보이는 반면, 흉터 조직은 불규칙한 경계를 보인다는 사실도 중요한 감별 포인트다. 공 교수는 “CT 소견만으로 감별하기 애매모호하다면 PET-CT를 추가로 찍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며 “재발암은 PET-CT에서 밝게 보이지만, 흉터 조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감별이 쉽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재발암이라는 확신이 들더라도 바로 치료하지 말고, 가능하면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혹 조직검사 없이 재발로 판단해 치료를 받다가 나중에 재발암이 아닌 흉터 조직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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