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어려운 1형 당뇨병, 항체 치료로 인슐린 투약 시점 늦춰

권선미 기자 2024.04.16 08:50

[닥터스 픽] 〈113〉 1형 당뇨병 최신 치료법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첫째 아이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없어서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부모로서 어떻게 치료를 도와야 할지 막막합니다. 아직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는 둘째도 같은 진단을 받을까 봐 괜히 불안하기도 합니다. 혹시 둘째에게 1형 당뇨병 위험성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만약 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의 조언

아이가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막막하겠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우선 첫째의 혈당 관리에 신경써야 합니다. 1형 당뇨병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자가 면역 질환입니다. 완치가 어려운데다 먹는 약 대신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혈당을 조절합니다. 따라서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이나 인슐린 펌프 치료가 권고됩니다.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고혈당이 악화해 당뇨병 케토산증을 동반한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급성 합병증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하고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형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지도에 따라 혈당을 관리할 것을 권합니다. 인슐린 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1형 당뇨병은 혈당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스스로 목표 혈당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장기 예후가 달라집니다. 물론 1형 당뇨병으로 식사량을 점검하고 혈당을 측정하며 인슐린을 투여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버거울 수 있습니다. 성인도 어려운데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감당하나 걱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목표 범위 내로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옆에서 지지해주길 바랍니다.


또 둘째도 1형 당뇨병에 걸릴까 걱정된다고 했는데, 임상적으로 대부분의 1형 당뇨병 환자는 형제·자매에서 1형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당뇨병 전문가와 항체 검사 등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1형 당뇨병은 다갈·다뇨·피로·체중 변화 등 임상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에 따라 발병 위험도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항체 검사에서 항체를 두 가지 이상 보유했다면 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의과학 수준으로는 1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자가 면역 기전으로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대처가 유리합니다.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를 두 가지 이상 보유한 1형 당뇨병 고위험군에게 질병 진행을 늦추는 면역조절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인슐린 투약 시점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에 주목합니다. 1형 당뇨병과 관련된 자가 항체를 억제해 아직 손상되지 않은 췌장의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전문가 단체를 중심으로 1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를 파악하고 통합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변하는 추세입니다. 청소년당뇨병연구재단(JDRF), 미국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 미국당뇨병학회(ADA) 등에서는 1형 당뇨병의 임상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더라도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가 두 가지 이상 형성된 때부터 1형 당뇨병으로 분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가 2가지 이상 형성된 상태에서 ▶혈당이 정상이고 임상적으로 당뇨병 증상이 없을 땐 1기 ▶ 혈당 수치에 이상이 나타났지만 임상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땐 2기 ▶혈당 수치 이상뿐만 아니라 다뇨·다갈·피로 등 1형 당뇨병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면 3기로 구분합니다. 조만간 국내에도 이런 치료법이 도입돼 임상 현장에 빨리 적용되길 바랍니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어렸을 때 발병해 유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혈당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집니다. 그래서 1형 당뇨병은 꾸준한 혈당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감내하기보다 담당 주치의나 환자 단체에 알리면서 도움을 받고 슬기롭게 혈당을 관리하길 바랍니다. 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으로서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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