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치료는 아기에게 악영향? TMS로 걱정 내려놔요"

정심교 기자 2022.08.08 13:34

[인터뷰] 최관우 청담삼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40~90%가 산후에 우울감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10~15%가 '산후우울증'으로 진단받는다. 그런데 산후우울증 환자 대다수는 약물치료를 꺼리다가 조기 치료를 놓쳐 증상이 악화하기 일쑤다. 태아와 신생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최신 치료법으로 약을 쓰지 않는 'TMS(경두개자기자극술)'가 떠올랐다. 과연 TMS는 무엇이고, 산후우울증 치료 효과는 어떨까. 지난달 초, TMS 치료 시스템을 도입하며 서울 청담역 인근에 개원한 청담삼성정신건강의학과 최관우 원장에게서 산후 우울증과 TMS 치료 효과에 대해 들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최관우 청담삼성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산후 우울증이 임신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태아·신생아에게 미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없는 최신 치료법인 TMS 치료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질의 : 산후 우울감·우울증의 원인은.
응답 :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임신 자체가 주는 신체적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임신 전 우울증을 앓은 적 있어도 산후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태어난 아이가 좋지 않았을 때, 산모가 아기를 매우 힘들게 낳았을 때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임신·출산에 대한 지지를 주변에서 충분히 받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 요소가 많을 때 산후우울증이 더 잘 걸린다. 산후우울증 환자의 30~40%는 산후우울증이 일생에서 겪는 첫 우울증이다.”

 질의 : 출산 전에도 산후우울증이 올 수 있나. 
응답 : “산후우울증은 이름과 다르게 임신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산후 우울증은 영어로 ‘Depression during pregnancy and postpartum depression(임신 도중과 출산 후의 우울증)’이다. 임신기의 어느 때라도 우울증은 나타날 수 있으니 잘 스크리닝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호르몬 관련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다. 폐경 때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이유다. 임신하면 호르몬이 급변하므로 우울감이 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때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우울 정도가 심해 자신의 식사를 챙기지 못하거나 건강·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정도라면 우울감 기간에 상관없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산후우울증이라고 해서 꼭 약을 먹는 건 아니다. 병원에 가는 것부터 어렵다면 산부인과에 갔을 때 산부인과 의사에게 '울적하다'는 식으로 상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질의 : 산후우울증 치료는 약물요법이 대세였는데.
응답 : “그렇다. 기존의 교과서나 논문에선 우울증 치료법으로 항우울제 같은 약물요법을 주로 설명했다. 왜냐하면 약물요법 효과에 대한 근거가 많은 데다, 그밖에 별다른 치료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는 산후우울증에 분명 도움된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산후우울증이 너무 심각해서 애를 돌보기 힘들 정도가 아니면 많이 쓰지 않는다. 항우울제 성분이 임신 시 태반을 통과하기도 하고 출산 후 모유로 나오기도 한다. 위험도가 낮긴 하지만 '0'은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임신기에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조산하거나 저체중아가 태어날 확률이 미미하게나마 높아진다. 출산 후 모유 수유를 꼭 하려 한다면 우울증의 약물치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질의 : 약물요법은 아기한테 미칠 영향 때문에 꺼릴 것 같은데.
응답 : “그렇다. 그럴 때는 최신 치료법인 TMS 치료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산후우울증을 포함한 모든 우울증에서 약을 꼭 먼저 시작해야 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약물 부작용 때문이다. 소화불량도 있고, 잠이 많이 올 수도 있고, 살이 찔 수도 있다. 우울증약은 많이 개발됐지만, 첫 1~2주에는 부작용을 조심해야 하고, 최소 2주는 지나야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반면 TMS 치료 시 항우울제가 가진 부작용 위험이 거의 없다. 자극 부위의 통증이 유일한 부작용인데,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TMS 치료는 뇌 속 우울증 유발 부위인 전전두엽에 자기장을 전달해 뇌세포를 활성화하고 세로토닌·도파민 등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정서조절 부위를 직접 자극해 부작용은 거의 없이 직접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산모에게는 TMS가 우울증에 대한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부족함이 없다.”

자기장 통과시켜 기분 관장 영역 정상화해
 질의 : TMS 치료가 생소한데, 치료 원리는.
응답 : “왼쪽 전전두엽 즉, 앞쪽 이마에 기기를 접촉해 자기장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자기장이 전전두엽뿐 아니라 기분을 관장하는 영역, 세로토닌·도파민과 관련한 서킷(회로)을 자극한다. 예컨대 항우울제는 세로토닌·도파민에 직접 작용해 전전두엽에 영향을 준다면 뉴로스타TMS는 전전두엽에 자극을 전달해 기분을 관장하는 부분을 정상화한다. 세로토닌·도파민은 전전두엽의 안쪽, 특히 기분을 조절하는 변연계에서 나오는데, 전전두엽에 자극을 줘 서킷을 활성화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에서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졌다는 뇌 영상 연구 결과가 많다. 그만큼 전전두엽은 일종의 '컨트롤 센터'다. TMS 치료는 컨트롤 센터를 자극해 세로토닌·도파민에 영향을 준다.”

 

 질의 : TMS 치료는 누가 받는 게 좋을까.
응답 : “전체 우울증 환자가 받아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항우울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게 좋다. 두 번째로는 산모와 같이 약을 먹기 어려운 환자다. 특히 임신 기간 40주를 1~3분기로 나눌 때 1~2분기(0~28주)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산후우울증 환자에게 권장한다. 임신 초기엔 아기가 매우 작아 항우울제를 먹은 후 태반으로 통과했을 때 태아에게 미치는 약물의 영향이 더 클 수 있어서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울증·조울증 치료는 임신 초기 14주 동안엔 진행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임신 초반 28주 정도까지는 뉴로스타TMS를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게 좋겠다. 과거 병원에서는 전기 경련 치료(마취 후 전기로 경련을 일으켜 진행)를 첫 번째 옵션으로 선택했는데, 이 치료는 마취·경련의 위험이 있고 부작용도 꽤 있다. 그래서 뉴로스타TMS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최관우 원장이 지난달 서울 청담역 7번 출구 인근에 개원한 청담삼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뉴로스타TMS 기기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질의 : TMS 치료 효과는 약물요법과 비교해 어떤가.    
응답 : “치료 효과는 둘이 거의 같거나 TMS 치료가 더 우수하다. TMS 치료는 최소한 약물 치료 정도의 효과는 낸다. 치료 기간은 비슷하거나 TMS 치료가 더 짧다. TMS 치료를 받은 많은 환자가 두통·긴장 등 증상에 대한 호전이 빠르다고들 이야기한다. TMS 치료 효과는 4~6주(20~25회) 후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10회 정도 진행해도 기분이 개선된다고들 한다. TMS 치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가 너무 좋다. 미국에 가기 전 치료가 급해 약물치료와 뉴로스타TMS 치료를 병행한 환자가 있는데, 1~2주 만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보통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 1~2주 사이에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데, 그 환자는 표정도 밝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우울증의 집중적인 개선을 원한다면 약물과 뉴로스타TMS 치료를 병행한다. 환자가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처음부터 뉴로스타TMS를 권유한다. 면담치료도 하나의 옵션이지만, TMS도 하나의 옵션으로 말하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했을 때 잘 맞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도 뉴로스타TMS를 첫 번째 옵션으로 권유한다. 약을 3~4종의 계열을 쓰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뉴로스타TMS를 제안한다.”

 질의 :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치료법인가. 
응답 : “뉴로스타TMS의 경우 미국 전역, 특히 인구가 많고 교육 수준이 높은 곳에서 이 치료를 하는 센터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서울 강남권, 청담동을 중심으로 TMS 치료가 꽤 많이 도입됐다. TMS 중에서도 뉴로스타TMS는 특허받은 센스타트리트먼트를 사용해 환자 머리에 센서가 접촉이 잘 되고 있는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TMS 치료는 머리에 접촉된 코일이 1㎜만 떨어져도 효과가 40%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원래 TMS치료는 정확한 치료 위치를 잡는 게 중요하지만 힘들다는 게 단점이었다. 다른 장비의 경우 코일을 머리에 고정해주는 시스템이 없어 코일을 머리에 접촉했을 때 치료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뉴로스타TMS의 센스타트리트먼트는 접촉 부위가 치료 위치인지 아니면 위치가 벗어났는지를 치료 시간 동안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치료 부위 반대쪽의 머리도 고정할 수 있어 정확한 위치에 충분한 자기장을 전달할 수 있다. 다른 TMS 기기는 아예 들일 생각도 하지 않은 이유다. 뉴로스타TMS의 특허를 취득한 접촉 센서 센스타트리트먼트가 아니었다면, 뉴로스타TMS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코일을 고정하고 정확한 위치를 표현해주는 특허가 있었기에 선택했다. 사실 진료실로 사용하려고 했던 공간에 뉴로스타TMS 기기를 들인 만큼, 치료 효과가 확실한 기계여야만 했다. 뉴로스타TMS는 센스타트리트먼트 뿐만 아리나 고성능 C자형 코일도 특허를 받았고, 센스타트리트먼트 자체도 뉴로스타TMS만 갖고 있다.”

 질의 : 특성화하고 싶은 진료 방향은.    
응답 : “개인적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임상강사 생활을 마친 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우울증, 뇌 영상, 신경염증, 자살 예방, 암 환자 정신건강 등을 전공으로 해서 교수로 근무했다. 대학병원에서 진료와 함께 연구·교육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환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개원을 결심한 것이다. 최근 학계에선 '우울증이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석한다.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부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아무래도 환자를 많이 보다 보니 1인당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료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개원한 청담삼성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 특화 클리닉'을 지향한다. 환자마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개개인의 증상·특징에 따라 상담치료부터 약물치료, 뉴로스타TMS까지 우울증 진료에 대한 풀 스펙트럼(full spectrum)을 제공하려 한다. 우울증 치료는 대개 ▶약물치료 ▶심리치료 ▶운동치료 등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물을 투여해도 치료되지 않거나, 임신 혹은 출산 후 우울증을 앓는 환자 중에는 약물 투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를 위해 상담 치료와 함께 부작용이 거의 없는 TMS 치료를 주력할 방침이다.”

 질의 : 치료를 미루는 산후우울증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응답 : “우울증으로 병원에 오는 것부터 문턱이 높다. 산모의 우울감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과'에 간다는 것 자체에 대해 아직 보수적인 데다, 환경이 산모 중심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산후조리나 좋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도 좋지만, 산모가 겪는 주관적 경험에 집중한다면 정신과 치료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산모가 건강해야 임신을 잘 유지할 수 있고,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변화가 엄마와 아기에게 축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임신하고 아기를 돌보는 과정엔 큰 책임감이 뒤따른다. 이때 우울증 치료로 마치 자신만 챙긴다는 생각에 휩싸여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엄마가 잘 지내야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 본인을 챙기는 건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본인을 마주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우울한 걸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우울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에도 크게 용기 내야 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부터 훌륭하다.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넘는 데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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