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때 아픈 건 당연? 자궁내막증이면 가임력 점점 떨어진다

권선미 기자 2024.11.04 11:00

월경 건강 상식 5

여성은 초경을 시작한 이후 일생 중 40년 이상을 매달 월경(생리)을 하면서 지낸다. 월경은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다. 여성의 몸은 10~14세 무렵 초경을 시작해 임신·출산을 거쳐 평균 50세 전후 폐경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은 한 월경 주기당 ▶ 4~6일(평균 4.7일) 동안 ▶20~60mL(평균 35mL)의 출혈이 발생하는 월경을 한다. 그런데 월경 주기가 일정하기 않고 월경 기간이 길거나 월경량이 많거나, 월경통이 심할 땐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여성 질환일 수 있어 산부인과 진료로 월경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부 여성 질환은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난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폐경의 달(11월)을 계기로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에게 월경과 관련된 건강 상식을 짚어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출처: GettyImagesBank

Check 1. 월경통은 최대한 참는 것이 좋다  

X 월경통(월경곤란증)은 월경하는 여성의 6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여성이면 으레 겪는 현상으로 생각해 통증을 무작정 참는 경우가 많다. 월경통은 하복부·허리·골반 통증, 오심, 비정상적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해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극심한 월경통은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선근종을 의심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따라서 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월경통 관련 증상이 지속해서 나타난다면 산부인과 진료로 정확한 진단·치료가 필요하다.
 
자궁 기저 질환이 없다면 식이요법·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복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래도 월경통이 4~6개월간 지속된다면 드로스피레논 계열의 복합 경구피임약으로 월경통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heck 2. 월경량 많으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O 월경통이 없더라도 월경량이 많다면 월경과다증일 수 있다. 
월경량이 많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월경과다증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월경 기간이 8일 이상으로 길거나 ▶월경량이 많아 밤에 패드를 교체해야 하거나 ▶수시간에 걸쳐 1시간에 한 번씩 패드를 교체해야 하거나 ▶100원짜리 동전 크기 이상의 응고된 핏덩어리가 나온다면 월경과다증을 의심한다. 월경과다증인 상태로 장기간 지내면 철 결핍성 빈혈로 월경 기간 동안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숨이 가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월경과다증은 산부인과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다. 1차 표준 치료는 자궁 내 시스템(LNG-IUS)으로 자궁 내막의 증식을 억제해 월경량을 줄이는 것이다. 한 번의 시술로 최대 5년 동안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데, 약 96%의 월경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

Check 3. 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가임력 떨어진다

X 피임약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다. 피임약은 장기 복용해도 여성의 가임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럽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 연구결과, 복합 경구피임약 복용 중단 후 1년간 79.4% 여성이 임신에 성공했으며, 2년 이내에 임신에 성공한 확률은 88.3%로 나타났다.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의 2년간 임신 성공률과 비슷하다. 일부 여성에서 경구피임약 중단 후 정상적인 월경 주기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수는 있으나 보통 복용 중단 후 2~3개월 이내에 정상적인 주기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적인 여성 피임법 중 하나인 경구 피임약은 정해진 용법·용량대로 복용하면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heck 4. 자궁내막증은 청소년기부터 폐경기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O 자궁내막증은 월경을 하는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밖 장기에 생겨나 하복부 통증 등 심한 월경통, 배변·배뇨통, 만성 골반통, 난임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월경통이 있는 여성 40~60%에서 발병할 정도로 흔하지만 정상적인 월경통으로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에서 자궁내막증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치료가 늦을수록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다. 치료 시점을 놓치면 병변이 심화돼 임신 능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아 디에노게스트 등 약물치료로 지속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Check 5.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임신이 불가능해진다

X 자궁내막증이 있어도 임신할 수 있다. 다만 자궁내막증으로 점진적으로 난포가 소실되면서 가임력이 떨어진다. 자궁내막증을 가진 여성의 30~50%는 난임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진단·치료가 늦어질수록 질환이 진행하면서 주변 장기가 유착되고 골반 내부가 해부학적으로 변형된다. 또 호르몬 변화로 수정된 배아가 자궁 내 착상을 방해해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현재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점차 저하되는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난소 잔여 기능 감소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월경 때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하복부·골반 통증이 심하다면 자궁내막증 등 여성 질환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