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만성 신장병은 높은 발생률과 함께 침묵의 장기라는 신장의 특성상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무서운 합병증으로 꼽힌다. 서서히 신장의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지면서 투석, 신장 이식 등 신대체 치료가 필수적인 말기 신부전에 이를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신부전은 신장의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1~5단계로 구분한다. 마지막 5단계인 말기 신부전은 사구체여과율이 분당 15mL 미만으로 체내 노폐물을 거르는 신장의 여과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로, 신대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 등 추가적인 치료를 받으면 전체 치료비가 늘어난다. 투석이 암·치매보다 진료비 부담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평생 주당 3회씩 투석을 받아야 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는 선제적 치료가 중요한 배경이다.
당뇨병 진단 즉시 신장 상태 점검해야
2형 당뇨병이라면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신장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계명대 동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미경 교수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진단되기 전에 오랜 기간 무증상의 시기를 지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진단 당시에 합병증이 동반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즉시 신장 상태를 확인하고 이후부터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신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혈액검사로 신장 기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하는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을 확인하고, 소변검사로 알부민뇨가 검출되는지 모두 살핀다.
대한당뇨병학회를 비롯해 미국 당뇨병학회(ADA), 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KDIGO),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가이드라인에서도 모든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최소 1년에 한 번 추정사구체여과율과 소변 알부민 대 크레아티닌 비율(UACR) 모두 검사할 것을 권고한다. 다만 국내에서 추정사구체여과율과 알부민뇨를 모두 검사하는 비율은 28.9%에 불과하다.
만약 추정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 미만이거나 알부민뇨가 있으면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으로 진단한다. 알부민뇨는 요알부민배설량이 30ug/mg/cr 이상인 경우로,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6개월 동안 3회 검사 중 2회 이상 증가한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지속적인 알부민뇨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 발생의 지표이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알부민뇨는 2형 당뇨병 진단 후 추정사구체여과율 수치가 양호해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는 신장 기능의 초기 변화는 추정사구체여과율의 변화 이전에 알부민뇨 증가를 통해 먼저 관찰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부민뇨는 딥스틱(요 시험지봉)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딥스틱 검사에서 단백뇨 부분이 노란색이 아닌 초록빛을 띤다면 알부민뇨 양성으로 의료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기적인 신장 검사로 조기 발견 중요
딥스틱 검사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면 알부민뇨 양성
적극적인 치료로 말기 신부전 진행 막아야
딥스틱 검사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면 알부민뇨 양성
적극적인 치료로 말기 신부전 진행 막아야
만성 신장병 진행 늦추는 신약 피네레논 등장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을 진단받았다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혈압·혈당을 조절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치료했지만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의 진행을 늦추는 신약(피네레논)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피네레논은 신장의 염증과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직접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지고 있다. 2형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장병에 도달하는 비율을 줄여주고 심근경색·심부전·뇌졸중 등 심혈관계 사망·입원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를 확인했다.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병 환자는 투석·신장이식 고위험군이다.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이렇게 망가진 신장은 회복이 힘들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부터 신장 기능을 지켜주는 신약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신장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나오면서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도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당뇨병성 만성 신장병은 알부민뇨 등의 검사로 최대한 빨리 발견해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약물치료로 말기 신장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