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화영(28·여·가명)씨의 고민은 피부다. 평소에도 건조한데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땐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다. 보습력이 좋다는 바디로션이나 오일을 듬뿍발라도 잠시 나아질 뿐이다. 조금만 지나면 피부가 하얗게 일어난다. 무심코 옷을 걷어올리면 지인들이 그녀의 피부를 보고 놀랜다. 최근 피부가 전보다 더 심하게 건조하고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더니 건선으로 진단받았다.
아픈 것도 힘든데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선 환자다. 피부가 얼룩덜룩해 잘 씻지 않는다거나 전염병이 있다고 오해받는다. 건선은 면역 이상으로 피부 세포가 일반인보다 빨리 분화해서 생기는 병이다. 각질이 겹겹이 쌓여 피부가 하얗게 일어난다. 참을 수 없이 가려워 피가 날 때까지 긁기도 한다. 단순히 피부가 건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방치하면 염증이 심해져 피부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진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대인기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이중선 교수의 도움말로 피부건조증으로 착각하기 쉬운 건선에 대해 알아봤다.
하얀 비늘, 넌 도대체 정체가 뭐니?
건선은 피부 건조증과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피부 건조증은 건조한 환경으로 피부의 수분함유량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가려운 증상이다. 반면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 피부병이다.
증상은 피부 상태는 염증도에 따라 다르다.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이거나 피부에 붉으스름한 원형반점이 곳곳에 퍼진다. 심각할 때는 아토피피부염처럼 피부 곳곳이 울긋불긋하게 변하고 심하게 가렵다. 피부가 붉어지면서 말라비틀어진 나무껍데기처럼 떨어져나가기도 한다.
건선이 두피에 생기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생길 수 있다. 이유없이 얼굴이 붉어지거나 열이 자주 오르기도 한다. 손톱 건선은 매끄러워야 할 손톱이 잘 부서진다. 손톱에 작은 구멍이 나거나 손톱이 피부에 잘 붙어있지 않고 떨어진다.
건선으로 피부 상태가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피부 재생주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피부세포는 평균 28일을 주기로 재생을 반복한다. 그런데 건선환자는 재생주기가 3~5일정도에 불과하다. 무려 6배나 빠른 셈이다. 죽은 피부 세포가 떨어져 나가기도 전에 새로운 피부세포가 재생해 비듬같은 하얀 각질이 피부 위로 겹겹이 쌓인다.
생활습관 바꾸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아야
불행히도 건선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건선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나 인스턴트 가공식품, 비만, 박테리아 감염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피부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선은 방치하면 피부 염증이 심해져 중증으로 악화된다. 피부 상태가 이전보다 나빠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을지대병원 피부과 이중선 교수는 “건선 초기부터 지속적인 치료·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생활습관 개선부터 시작한다. 음주·흡연을 피한다. 평소 피부가 건조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건선치료는 건선 부위에 약을 투여 약물요법과 빛을 쪼이는 광선치료 두가지다. 증상에 따라 이 두 치료법을 한꺼번에 활용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비타민D 유도체 연고를 바르면서 치료한다. 중증으로 심할 때는 면역억제제(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스텔라라 등)를 주사해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건선은 적절한 치료시기르 놓치면 심혈관계 질환 뿐만아니라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어 적극적이고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변하면 건선 조심하세요
▶피부
정상피부와 구별되는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은색의 하얀 비늘 같은 인설이 겹겹이 쌓인다.
▶손톱
작은 충격에도 손톱 끝이 잘 부서진다.
손톱 발육이 원활하지 않아 손톱에 작은 구멍이 나거나 손톱이 분리된다.
손톱이 연한 갈색으로 변한다.
▶두피
얼굴에 열이 자주 나거나 붉어지는 경우가 많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탈모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