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화장품이면 믿을 수 있다?

권선미 기자 2017.06.29 09:16

집에서 만드는 DIY화장품 활용법

내 손으로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화학 성분을 덜 사용해 피부 자극이 없고, 식물 추출물·줄기세포배양액·비타민C 등 피부에 좋다는 기능성 원료를 듬뿍 넣어 가성비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무작정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면 피부에 독(毒)이 될 수 있다. 울긋불긋한 발진이 온 몸으로 퍼지거나 얼굴이 심하게 가렵고 따갑다. DIY(Do IT Yourself) 화장품의 문제점과 건강한 피부결을 유지하는 올바른 제조·활용법을 소개한다. 

DIY화장품은 미생물·세균 오염에 약해
라벤더·올리브·오렌지·브로콜리…. DIY 화장품에 즐겨 사용하는 재료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원료에 인공색소나 향료·보존제 등 피부자극을 일으키는 성분을 넣지 않는다. 먹어도 괜찮은 것들로만 만들면 피부에도 안전할까. 화장품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회 임이석(임이석테마피부과) 회장은 “내가 만들어서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DIY 화장품이 피부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청결이다. 화장품은 영양성분이 풍부해 조그만 소홀해도 세균·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쉽게 번식한다. 특히 DIY 화장품은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아 미생물 오염에 더 취약하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는 “화장품 원료를 추출·혼합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만드는 환경이나 도구가 깨끗하지 않다거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재료가 관리 부주의로 부패한 것을 사용하는 식이다.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돼 빠르게 변질되기 시작한다. 

화장품 보관·사용할 때도 세균 오염은 노출돼 있다. 화장품은 공기에 노출되면 서서히 산화돼 유효성분 효과는 감소하고, 오염·부패 속도는 빨라진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의 미생물 오염도와 적정사용기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뚜껑을 여닫으면서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세균 오염도가 높아졌다. 

둘째는 전문지식 부족이다. 화장품은 효능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화장품은 피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원료의 독성, 원료별 상호반응, 온도 변화 등을 고려해 길게는 6개월 이상씩 테스트한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 임 회장은 “안전하다고 알려진 성분이라도 배합 비율이나 방법·한도에 따라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C가 대표적이다. 비타민C는 피부 결을 밝게 개선하는 미백 기능은 물론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 문제는 비타민C가 산소와 빛에 쉽게 산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액체(정제수)와 섞이면 산화속도는 더 빨라진다. 비타민C를 화장품에 섞으면 불안정해져 바로 변질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기능성 원료를 적정량 이상 배합하거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마유·목초약 같은 원료를 활용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박 교수는 “화장을 하는 게 아니라 얼굴에 세균을 바른 셈”이라고 말했다. 

손목에 피부 테스트 후 얼굴에 발라야
화장품의 피부 자극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피부가 붉게 변하고 따갑고 가렵다. 심하면  좁쌀 같은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흐른다. 계속 사용하면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세균 감염성 피부염 같은 피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접촉성 알레르기 피부염은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 나타난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유난히 각질이 많이 생기는 등 반응이 즉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대개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줄어든다. 임 회장은 “화장품을 즉시 닦아내고 얼음물로 냉찜질해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균 감염성 피부염은 오염된 화장품을 사용하다 나타난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예민해진 피부 틈으로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화장품 성분이 모낭을 막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화장품을 만든 다음 얼굴에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피부 테스트를 한다. 손목 안쪽에 제품을 충분히 바르고,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별 이상이 없으면 사용한다. 피부 테스트에서 안전하게 통과해도 어느 날 갑자기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땐 내용물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크다. 제품화된 화장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이유다. 화장품 색이 변했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미련없이 버린다. 

DIY 화장품을 만들 때도 주의한다. 화장품을 배합하는 것은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원료 비율에 따라 화장품의 질이 달라진다. 초보자라면 화장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협성대학교 뷰티산업과 최윤하 교수는 “남이 괜찮다고 나도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화장품 지식이나 청결하지 못한 곳에서 화장품을 만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제조하는 도중에 오염될 수 있다. 깨끗하지 못한 주변 환경이나 그런 도구를 사용할 때 또는 청결하지 못한 손에서 감염된다.

DIY화장품 만들 때 이런 점 조심하세요

step1 소독은 반드시

화장품을 만드는 도구나 제품을 담을 용기까지 반드시 소독한 후 사용한다. 열탕소독이 좋지만 힘들다면 소독용 에탄올을 뿌려 말린 후 사용한다.

step2 만들 때 안전에 신경써야

원료를 배합할 때 끓어 넘치지 않도록 주의해 지켜본다. 내열성 용기나 유리비커를 고온에 오래 가열하다 찬 바닥에 내려놓으면 깨질 수 있다.

step3  2개월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양만

욕심내서 한꺼번에 많이 만들면 화장품 사용기간이 길어진다. 보관이 까다로운 DIY화장품은 필요할 때마다 만드는 것이 좋다. 완성된 화장품은 냉장보관해 사용한다.

step4 원료에 대해 공부할 것

화장품 원료를 잘못 배합하면 상호작용으로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다. 초보 단계라면 전문가에게 자신의 피부상태와 원료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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