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갈라지는 '건선', 치료보다 힘든 '편견'

김진구 기자 2016.10.19 11:33

중증 건선 환자 2명 중 1명 “치료 포기할래”

중증 건선 환자들은 자신이 앓는 병을 ‘죽지 못해 사는 병’이라고 자조한다. 피부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각질이 떨어져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건선은 전염되지 않는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가 부족해 혐오어린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또다른 문제는 치료비다. 만성·난치성 질환으로 쉽게 재발하고 장기간 치료로 환자 부담이 크다. 기존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생물학적 제제가 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사용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중증 건선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치료를 포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건선환우협회는 ‘세계 건선의 날(10월 29일)’을 앞두고 전국 건선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그 결과,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 외에도 질환을 치료·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명 중 2명(77.6%)는 현재의 건선 치료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했다는 응답도 58.0%에 달했다.

   
 

사회활동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41%가 건선 때문에 취직에 실패하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겪었다고 답했다. 33%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악의적인 비방 혹은 따돌림 대상이 되기도 했다.

건선 때문에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에 지장이 있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으며,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1%에 달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건선환자 4명 중 1명(26.3%)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영장 입장을 거부당하거나(72%),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하고(64%), 헬스장 같은 운동시설조차 입장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40%).

이로 인해 82%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43%는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환우는 “건선은 전염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감염질환이라는 오해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고를 발라 치료한다는 환자가 50.5%로 가장 많았고, 광선 치료(17.9%), 약(17.0%), 생물학적 제제(11.0%)가 뒤를 이었다. 자신이 받는 치료가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치료에 대한 불확실성(50.4%), 치료비 부담(30.5%)을 꼽았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1억명이 넘고, 국내 환자도 16만 명에 달한다.

16만 명 중 10%인 1만6000여명은 전신에 병변이 나타나는 중증 난치성 건선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환우협회 김성기 회장은 “건선 중에서도 증상 정도가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산다고 표현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며, “이들에게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부담돼 쓰지를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중증 건선만이라도 산정특례 지원을 통해 치료비를 경감해 주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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