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치는 술잔, 지치고 병드는 피부

박정렬 기자 2016.12.23 15:03

피부 수분 증발시켜 건조함, 잔주름 유발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다양한 약리 반응을 통해 정신과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한 악물인 술의 특성상 오남용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이 때 생기는 건강 문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건강은 올바른 음주 문화로 완성된다. 연말을 맞아 알코올이 미치는 영향을 신체 부위 별로 소개한다)(도움말 대한보건협회)

 

[알코올과 건강] ③ 피부

클레오파트라가 맥주로 목욕을 했다는 속설이 있다. 일본에서는 청주를 이용한 목욕법이 오래 전부터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알코올은 피부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붉게 변하는 피부, 원인은 ‘아세트알데히드’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술을 이용한 목욕의 피부미용 효과는 알코올 때문이 아닌 술에 들어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작용이라고 여긴다. 알코올 그 자체는 피부 자극원이다. 실제 만성음주자는 거미혈관종, 황달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 지루성 피부염, 건선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증상 악화는 물론 혈관 확장으로 인한 가려움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알코올은 위와 장을 통해 혈관 내로 흡수돼 전신에 퍼진다. 몸을 덮고 있는 피부라고 알코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순 없다”고 말했다.

 

알코올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알코올의 대사와 약리작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술을 마시면 먼저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기분이 약간 좋아지고 긴장이 풀린다. 그 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먼저 느낄 수도 있다. 얼굴이 붉어지고 어떤 사람은 이마에 핏대가 서는 경우도 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알코올이 직접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가슴 두근거림, 피부가 붉게 변하는 현상, 핏대가 서고, 두통을 앓는 현상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알코올 중간 대사물질 때문에 겪는 현상이다.아세트알데히드는 약리작용이 강하고 반응성이 높은 1급 발암물질이다. 이 물질은 구역질, 구토, 숨 가쁨, 혈관확장, 가슴 두근거림, 저혈압 등을 유발하며 심혈관계와 자율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혈관 확장에 의해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 더워지는 것은 일시적인 변화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만성화 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조현상(딸기코)이라 해서 코끝이나 얼굴 중심부에 지속적인 모세혈관 확장을 보이게 된다. 홍조는 알코올 외에도 차가운 기온, 뜨거운 음식, 강한 감정의 고조, 열, 자외선 노출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항산화 방어체계 무너져 피부 빨리 늙어
술 마신 다음날이면 피부가 푸석해지고 탄력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많다. 알코올이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비롯된 일이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주름이 더 쉽게 생긴다. 특히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들은 알코올 성분에 의해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에 의한 활성산소는 피부 노화를 촉진시킨다. 우리 몸은 항산화 방어체계를 작동해 이에 대항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이 과정에서 글루타티온 같은 여러 항산화 물질과 강력하게 결합해 항산화작용을 방해한다. 결국 피부 회복이 늦어지고,  피부 노화는 상대적으로 빨리 찾아온다.

 

폐경 여성의 경우, 소주 한 잔 정도의 적절한 음주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해 피부미용 및 골다공증,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호르몬제 치료를 받고 있거나 폐경 전 가임기 여성은 이미 여성호르몬이 충분해 알코올로 여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한 잔 이상의 과음은 오히려 골다공증, 유방암, 피부노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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