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현대병' 위식도역류질환, 보험 적용되는 수술로 완치 가능

박정렬 기자 2017.02.01 08:33

미국선 한 해 4만명 시행. 합병증 있거나 재발 잦으면 고려해봐야

위식도 역류질환은 성인 10명 중 1~2명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속 쓰림은 물론 잦은 기침, 쉰 목소리, 심한 입 냄새처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증상도 따지고 보면 위식도역류질환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약물 치료를 고려하지만, 근본적이고 확실한 치료가 필요해 수술을 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세계적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는 수술과 약물이 비슷한 정도로 시행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화된 수술로, 장비와 술기가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후유증과 합병증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 5년 새 100만명 증가


뮤지컬 배우 박소연(35)씨는 두 달 전부터 끊이지 않는 기침으로 고통 받았다. 춥고 건조한 날씨와 목을 많이 쓴 탓이라고 여겼지만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찾아봐도 증상이 낫지 않았다. 박 씨의 실제 병명은 위식도역류질환의 일종인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그는 “속쓰림 없이 기침만 해서 천식이나 감기인 줄 알았다. 비슷한 증상을 겪은 지인이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았으면 모른 채 계속 지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 속의 산성 물질(위산·펩신)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면서 발생한다. 원인은 식도 괄약근의 기능저하다. 식도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려야하는데, 이 괄약근을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에 있는 내용물이 위산과 함께 역류해 가슴통증, 만성기침, 목 이물감, 심한 입냄새 등 여러 이상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85만9076명에서 2015년 385만9901명으로 지난 6년 새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스트레스, 과체중과 비만, 흡연과 음주, 과식·편식·결식·야식·속식 등 잘못된 식습관은 모두 위식도역류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과거에는 드물었던 위식도역류질환이 현대인의 생활 변화에 맞춰 급증하는 배경이다.

 

위식도역류 질환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오히려 위산 역류로 유발한 만성 기침이 복압을 높여 또 다시 위산 역류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방치하면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유착이나 바렛식도(식도 점막 조직이 변성돼 나타나는 전암성 병변), 식도암 등 위협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수술로 증상 근본적 개선 가능 


위식도역류질환은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보통 위산분비억제제(PPI?Proton pump inhibitor)라는 약물을 써서 치료한다. 위산의 분비를 막아 식도 자극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다. 대개 1~2주 내로 증상이 나아지지만, 위산 역류 자체를 해결하진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위산분비억제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골다공증, 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커진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위식도역류질환에 수술적 치료(항역류수술·fundopliation)가 주목 받는 배경이다. 위와 식도의 경계(하부식도주변)를 위 조직으로 두르듯 감싸 느슨해진 식도 근육을 다시 조이는 수술이다.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장기간 약물복용이 필요할 때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박성수 교수는 “위 내용물의 역류 자체를 방지하기 때문에 위식도역류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며 “미국의 경우 한해 4만 명의 환자가 수술로 위식도역류질환을 치료할 만큼 이미 표준화된 수술”이라고 말했다.

항역류수술 방법과 수술 후 위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환자는 수술 전 내시경으로 위식도염과 식도열공탈장 여부를 확인하고, 식도내압검사로 하부식도괄약근 주변 기능을 평가하는 정밀검사를 받는다. 과거에는 수술 시 절개(개복술)를 했지만, 최근 내시경(복강경)이 도입되면서 후유증과 합병증이 크게 줄었다. 박성수 교수는 “고난도의 위암수술에 익숙한 국내 위장관외과 의료진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수술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의료보험이 적용돼 수술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70만원 선이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특히 위가 횡경막 위로 올라오는 식도열공탈장의 경우 수술이 극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자신의 증상과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보고 치료법을 선택할 때 꼭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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