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프다고 다 소화불량? 증상 따라 질환 달라

정심교 기자 2016.08.04 15:32

체중 줄면 암, 열 나면 장염 의심

찜통 같은 더위다. 휴가를 떠난 사람들은 들뜬 기분에 과식하기 쉽다. 도심 속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드는 사람은 야식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두둑하게 배를 채우면 더부룩하거나 속쓰린 증상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 같은 소화불량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기면 별 문제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체중 감소, 혈변 및 빈혈, 잠을 깰 정도의 심한 통증, 삼킴 곤란 같은 증상이 생기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노동효 교수의 도움말로 소화불량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최근 6개월 이내 기간 중 3개월 넘게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일러스트 중앙포토DB] 

3개월 넘게 소화 안 되면 '기능성 소화불량'

소화불량은 흔히 체했다고 말하는 증상으로 식후 만복감, 상복부 팽만감, 조기 만복감, 구역, 트림,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속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소화불량은 소화성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질성 소화불량'과 검사해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나눈다. 흔히 말하는 소화불량증은 기능성 소화불량을 일컫는다.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정의는 로마기준(Rome criteria)에 근거한다. 현재까지 로마기준IV까지 발표됐다. 내시경이나 영상검사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화불량(식후 팽만감,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 속쓰림 중 적어도 한가지 증상)이 최근 6개월 중 3개월 이상 간헐적이든 연속적이든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몇 주 동안 증상이 없다가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 증상이 다시 이어진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위 배출 시간 지연, 위 운동 조절 장애, 내장 과감각, 미주신경 이상, 위산 분비의 증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세균 감염, 스트레스 등의 심인성 요인이 거론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악화를 유발하는 식습관은 주로 과식, 야식,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음식, 예를 들면 밀가루가 많이 포함돼 있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자주 소화불량을 경험한다. 개인차가 있는 이런 유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악화를 막는 좋은 방법이다.  

노동효 교수는 "대부분 소화불량증이 나타나면 소화제부터 찾는다"며 "소화제 복용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초기 치료를 늦춰 병을 키울 가능성이 크므로 소화불량증의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질병의 유무를 위해 병원에서 검사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체중 줄고 혈변 보면 정밀검진 받아야

'배가 아프다'는 증상은 광범위한 증세를 총괄한다. 흔히 복통과 소화불량이 있으면 위(胃)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임의로 소화제나 제산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윗배에는 식도·위·십이지장·간·담도·췌장 등 여러 소화기관이 모여 있다. 각 장기에 염증·궤양·종양이 나타나면 복통·소화불량·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만으로 모든 질환이 감별되는 건 아니다.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비특이적인 증상도 있다. 혈액검사, 위·대장 내시경, 복부CT,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소화불량증을 방치한다고 해서 암이나 심한 염증성 질환처럼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영양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 식생활에 고통이 따른다.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문제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특별한 병변 없이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치료가 단순하지 않다. 생활습관을 고치고 식이요법을 먼저 시행하면서 약물 치료, 정신과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식이요법은 '어느 음식이 좋고 어느 음식은 해가 된다는 식'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마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일부러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억지로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 음식물을 느리게 배출하므로 주의한다. 술·담배를 삼가고 커피·탄산음료 등을 자제한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문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는 증상에 따라 제산제, 위산억제제, 위장관 운동을 증강시키는 약제를 선택해 투여한다. 일부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노 교수는 "처방받은 약물을 계속 복용하더라도 증상을 예방하는 건 아니므로 증상이 사라졌다면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그때그때 증상이 심할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체중이 줄고 피가 섞인 변을 보거나 빈혈이 생기는 등 경고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ip. 소화 증상별 질환 감별하기

속쓰림 : 위식도역류질환, 소화성궤양, 위암
체중감소 : 소화기계 모든 악성질환 (위암, 췌장암, 담도암, 간암, 대장암), 갑상선질환
황달 : 간, 담도, 췌장의 질환
발열 및 오한 : 감염성 질환(장염, 간염, 담낭염, 담관염, 췌장염), 염증성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혈변 : 소화성궤양, 위암, 대장암, 간경변
변비 : 대장암, 과민성 장증후군, 장폐색
설사 : 장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과민성 장증후군
옆구리 통증 : 요로결석, 신우신염, 췌장염
등의 통증 : 췌장염, 췌장암
하복부 통증 : 장염, 급성 충수돌기염, 게실염, 산부인과질환, 과민성 장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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