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먹고 바로 자면 체중만 걱정? 치아 부식도 문제

김선영 기자 2017.04.04 09:08

야식증후군, 충치 유발 위험…허기진다면 수분 많은 오이 섭취

한밤중에도 불을 밝힌 일터나 병원·편의점·식당, 버스·택시….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밤낮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탓에 늦은 저녁시간에 습관적으로 야식을 먹는 ‘야식증후군’인 사람이 늘고 있다.

야식증후군은 저녁 7시 이후의 식사량이 하루 전체 섭취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흔하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감, 자신감 하락 등 심리적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야식증후군이 계속 되면 비만과 대사질환, 당뇨 등 성인병 위험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경고한다. 유디치과 용인동백점 백영걸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야식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침 분비량 주는 밤에 먹고 자면 충치 위험↑
덴마크 코펜하겐대 제니퍼 룬드그렌 박사 연구팀이 덴마크에 거주하는 30~60세 남녀 2217명을 대상으로 야식 섭취와 구강 건강의 연관성을 6년간 추적·관찰했다. 야식의 기준은 하루 칼로리의 25% 이상을 저녁 식사로 섭취하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밤에 군것질을 먹는 행위로 정했다.

그 결과 2217명 중 야식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173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야식을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아가 4개 이상 더 많이 상실된 것으로 밝혀졌다. 백영걸 대표원장은 “밤에는 침의 분비량이 줄어든다”며 “야식을 먹은 후 양치를 하지 않고 잠들면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 속 침은 치아의 세균을 닦아내고 산성도를 낮춰 충치나 세균으로부터 치아와 잇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야식 먹고 바로 자면 위산 역류돼 앞니 부식돼
밤늦게 음식을 먹으면 숙면을 방해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된다. 이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 분비가 줄어 식사 속도가 빨라진다. 야식으로 흔히 먹는 육류나 건조 음식은 충분히 씹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 껴 충치를 악화시킨다. 강한 힘으로 씹을 경우 치아가 마모되기도 한다.

야식을 먹고 난 후 바로 잠을 자는 습관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음식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은 1~2시간이다. 소화를 시키지 않고 바로 자면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늘어 식도로 역류되기 쉽다. 강한 산성의 위액이 역류하면 치아 부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위에서 넘어 오는 위액은 앞니의 뒷면을 먼저 부식시킨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증상 초기에 알아채기 힘들다. 그냥 놔두면 서서히 앞면까지 부식돼 치아가 마모되고 길이가 짧아질 수 있다. 

야식, 기름진 음식보단 과일이나 채소 먹어야
전체 구강 면적에서 칫솔이 닿는 면적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은 충치균이 남기 쉽다. 야식을 먹었다면 평소보다 오래 꼼꼼하게 칫솔질을 해야 하는 이유다. 잠들기 30분~1시간 전에 허기를 느끼면 딱딱하거나 기름진 음식물보다 과일이나 채소 같이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씹으면 입안의 세균과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오이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갈증 해소와 입안에 수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는 성인보다 충치의 악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침의 분비량이 감소하는 밤에는 되도록 야식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백 원장은 “점심시간 이후, 야식 후, 잠자기 전 등 양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해 치아가 겹친 부위도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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