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잦은 12월, 위식도역류질환 주의하세요"

민영일 2016.12.21 18:17

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사람은 거꾸로 매달려서도 음식을 삼킬 수 있는데 이것은 식도가 연동 운동으로 음식물을 위로 밀어서 보내기 때문이다. 식도는 위 속의 음식물이 도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식도에 있는 괄약근이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괄약근에 문제가 생겨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이미 식도를 거쳐 위 속으로 들어가 있던 내용물이 다시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마치 댐에 있는 수문이 고장나면 물이 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위 속 내용물, 즉 위산 등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기 때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슴쓰림이다.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가끔 위산이나 위 속 음식이 입까지 거꾸로 흘러 쓴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식사 후에 속이 쓰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수는 2011년 323만5000명에서 2015년 401만4000명으로 4년 새 2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률 증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서구식 식생활 습관과 비만 인구 증가 등이 위식도 역류질환 증가 현상과 연관이 깊다. 앞서 설명한대로 위식도 역류질환은 식도괄약근이 약해진 경우 주로 발생하는데, 식도 괄약근을을 약하게 하는 원인 중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이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하는 대표적인 물질이기 때문. 또한 알코올도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흡연, 커피, 탄산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위식도 역류질환은 식도 괄약근에 문제가 생긴 경우 뿐 아니라 위산 과다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 역류의 기회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식이나 폭식을 하면 위 속 내용물의 양이 늘어나 위산 분비가 증가될 뿐 아니라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배출되는 시간이 길어져 식도로 역류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알코올이나 커피 역시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액의 양 증가는 바로 위액 속 위산의 증가로 이어져 역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과식, 알코올 섭취 등이 많아지기 쉬운 12월에는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회식이나 송년회가 몰리는 12월에 위식도 역류질환이 최고조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의 위식도 역류질환 진료환자를 월별로 분류했을 때 12월 평균 641,139명, 11월 545,906명, 10월 530,075명, 1월 528,867명 순으로 나타났다

 

 

위식도 역류질환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자체의 증상도 괴롭지만,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 천식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편,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처럼 변하는 바렛식도가 발생할 수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자칫하면 위식도 역류질환이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진단하며,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단되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거나 위식도 운동촉진제를 사용해서 치료한다. 약물을 끊으면 증상이 자주 재발하는데, 수 년 이상 약물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식도 협착, 바렛식도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도 식도확장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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