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위험 높이는 위산분비억제제(PPI), 대안은 '이것'

박정렬 기자 2018.06.22 08:54

역류성 식도염에 사용, 칼슘 흡수 억제 문제 유발. 약 대신 수술·운동으로 개선 가능

역류성 식도염을 포함한 위식도 역류질환은 현대인의 고질병이다. 망가진 식습관과 흡연,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커피·탄산음료·튀김·술 등 기호 식품도 위식도 역류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이름처럼 위산이 역류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보통 먹는 약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이하 PPI)로 증상을 가라앉힌다. 위산의 분비를 억제해 위산의 식도 자극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재발이 잦아 PPI 역시 자주, 오래 먹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PPI가 뼈를 약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PPI로 소장 내 산성도가 떨어지면 칼슘 흡수가 방해돼 뼈가 약해진다"며 "만성적인 위식도 역류질환을 PPI 복용만으로 치료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은 한 번만 먹어도 골절 위험 커져
실제 PPI가 뼈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06~2015년까지 10년간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50세 이상 약 240만 명을 대상으로 PPI의 사용과 골다공증성 골절 발생 여부를 파악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PPI를 장기간 복용할수록 복용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골절 발생 위험은 더 컸다. PPI를 30일 미만으로 먹은 환자는 골절 위험이 8%가량 높았지만, 60~90일 미만 복용 환자는 11%, 180일~1년 미만은 18%까지 골절 발생 위험이 커졌다. 1년 이상 PPI를 복용한 환자는 골절 발생 위험이 42% 증가했다.
 

[사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고령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골절 위험은 나이에 비례해 커진다.한 번이라도 PPI를 복용한 50대 환자는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골절 발생 위험이 9% 증가했고 60대는 10%, 70대와 80대는 각각 13%,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장기 복용한 경우 골절 발생 확률은 50대는 54%, 80대 이상은 78%로 역시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했다. 

연구책임자인 고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특히 골절 위험이 높은 고령층, 골다공증 환자와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PPI 장기 복용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의료진은 PPI 처방 시 반드시 환자의 누적 복용 기간을 확인해야 하며, 골절 예방과 골다공증 관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 역류수술로 근본 치료 가능해 
위식도 역류질환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가슴에 타는 듯 한 통증과 답답함을 느끼고, 위산이 인후부를 손상시켜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목의 이물감, 이유 없는 기침이 나올 수도 있다. 재발률은 80%에 달한다. 환자가 약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다.

대안은 없을까. 역류성 식도염은 '운동이 약'이다. 운동량을 늘리거나 운동 강도를 보다 세게 바꾸기만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건강의학센터 표정의 교수 연구팀은 2010~2014년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18만 2409명을 분석해 운동과 역류성 식도염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관련 내용은 소화기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검사 대상 중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받은 사람은 1만 8859명(10.3%)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포함해 전체 연구 대상자을 비만도(BMI)에 따라 무작위로 세그룹으로 나눠 종합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과 같은 다른 위험인자들을 고려하더라도 운동의 양과 강도에 따라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위험이 달라졌다. 같은 조건이라면 운동 종류와 상관없이 주당 2.9시간 이상 운동한 경우가 그 보다 적게 운동한 사람보다 역류성 식도염 위험도가 낮아졌다. 

이런 효과는 비만도가 높을수록 두드러졌다. 비만도가 낮은 그룹(BMI 22.2 미만)은 위험도가 14% 감소했지만 높은 그룹(BMI 24.7 이상)은 21% 줄었다. 운동 강도도 영향을 미쳤다. 느리게 걷기 등 저강도 운동보다 빠르게 걷기, 테니스·수영 등 중등도 운동이, 중강도 운동보다는 달리기·축구·에어로빅 등 고강도 운동이 역류성 식도염 위험을 더 많이 낮췄다.

이혁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동은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뚜렷하다"며 “가슴쓰림 등 위식도역류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라면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로도 위식도 역류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이른바 '항역류수술(fundoplication)'로, 위와 식도의 경계를 근처 위 조직으로 둘러 감싸 느슨해진 식도 근육을 다시 조이는 수술이다. 위 내용물의 역류 자체를 막아 위식도역류를 차단하는 근본 치료다.

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가 위식도역류질환을 치료하는 항 역류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고대안암병원]

식도열공탈장을 동반한 경우, 약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 약물 부작용이 심한 경우, 속 쓰림이나 음식물이 잘 역류하는 경우, 식도염이 진행돼 식도 하부염증의 정도가 심해진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대 안암병원 박성수 교수는 "약을 오래 먹어야 한다면 수술이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더욱 우수한 결과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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