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소화기 질환 때문일 수도 있다

민영일 2016.10.07 18:32

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입 냄새가 심하다고 병원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또, 실제로는 입 냄새가 심한데 모르고 계신 분들도 있어서 말씀드리기도 거북하고 해서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아주 심한 경우 진찰실에 들어왔다 나가면 문을 열어놓아야 하는 때도 있다. 반대로 어떤 분들은 냄새는 심하지 않은데 몹시 소심해서 심한 냄새가 난다고 믿는 분들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소의 입 냄새가 없는 사람은 없다. 입 냄새는 실제로 입속 위생이 나빠서, 즉 충치나 잇몸의 염증같은 구강질환에 의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치질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며, 잇몸, 혀, 치아의 건강 유지가 중요하다. 특히 아무리 칫솔질을 잘 해도 이 사이에 찌꺼기가 끼어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치실을 사용해서 이 사이를 청결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입속 위생이 입 냄새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입 냄새라고 해도 사실은 입과 통하는 모든 구멍에서 나는 냄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폐 속에 고름주머니가 생기면 기관지를 통해 그 냄새가 올라와 입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난다. 부비동염 등 콧속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입을 통해 냄새가 날 수 있으며, 편도선의 문제로 냄새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신부전, 간부전, 당뇨 등의 전신적인 문제로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한편, 소화기 질환에 의해서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소화기 질환 중에서 입냄새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중 첫 번째는 위에서 식도로 위산이 역류하는 경우, 즉 역류성 식도염이 있을 때다.

역류성 식도염은 말 그대로 위 속에 있어야 할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돼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로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느낌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신물 올라옴, 신트림, 속쓰림 등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하는 하부식도괄약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발생한다. 괄약근은 특정 기관의 개폐에 관계하는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으로, 이 근육에 문제가 행기면 특정 장기에 보관된 물질이 역류하거나 다른 곳으로 새어나오게 된다. 마치 댐에 있는 수문이 고장나면 물이 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식도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위 속 내용물이 역류하면서 입냄새도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위 속에 음식이 내려가지 않고 고여 있는 경우에도 마치 술지게미 같은 시큼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에 의한 유문협착 등이 있는 경우 위 속의 음식물의 소장으로 잘 배출되지 않고 위 속에 머물러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음식을 먹으면 위에 6~7시간 가량 머무른 후 십이지장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인한 유문협착으로 음식물이 소장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 경우,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이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음식물의 냄새가 심하게 나게 되며 입 냄새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 점막에 기생하면서 만성위염,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고 위암의 발생과도 관계가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세균 감염에 의해서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실제로 위 속에 헬리코박터 균이 있는 경우, 그 균을 제균하면 입 냄새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일상생활에서 입 냄새를 예방할 수 있는 팁>

▲식사 후에는 반드시 이를 닦는다

▲음식은 잘 씹어 먹는다. 침의 분비가 활발해져 입안이 깨끗해질 수 있다.

▲혀에 낀 설태를 닦아 낸다. 설태는 썩은 달걀과 같은 냄새를 풍긴다.

▲대화를 많이 한다. 혀 운동이 되면서 침 분비량이 늘어 구강내 자정작용이 활발해진다.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한다. 긴장과 피로가 누적되면 침의 분비가 줄어들어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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