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가뭄의 계절이 왔다. 겨울의 대기 습도는 40~50%대. 여름철 습도인 70~80%에 크게 못 미친다. 건조한 대기는 우리 몸의 수분을 빼앗는다.
인체 평균 수분 함유량은 50~60%다. 따라서 이보다 더 건조한 환경에 있으면 수분 분자가 피부에서 대기 쪽으로 이동한다. 수분크림, 보디 로션을 발라도 겨울철에 건조한 이유다.
하지만 이런 건조증도 심하면 질병이 된다. 염증·궤양·영구적인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은 건조증에 의한 가려움증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갱년기 이후 안구건조증 많이 생겨
건조증으로 가장 고생하는 연령대는 노년층이다. 특히 ‘노인성 소양증’으로 불리는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피부를 긁어 피가 나고 염증이 반복돼 궤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겨울철에 더 심해진다.
하지만 비단 건조한 날씨 때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신부전증·갑상선기능항진증·악성종양이 생기면 갑자기 전신이 가렵다”고 말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노폐물이 쌓여 피부를 자극한다.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면 피부 혈류량이 늘어나 작은 자극에도 가려움증을 느낀다.
무좀과 건조증을 혼동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로션을 듬뿍 발랐는데도 낫지 않는 발뒤꿈치·발톱건조증(흰 색깔을 띠며 갈라짐)은 무좀이 원인이다. 병원에서 진균검사를 받고 3개월 이상 약물·레이저 치료를 받아야 건조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갱년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건조증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면 눈물 생성량이 감소해 건조증이 생긴다. 보통 구강건조·관절염과 세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생긴다. 카메라로 치면 렌즈가 뿌옇게 흐려지는 셈이다. TV를 조금만 봐도 눈이 피로할 수 있다.
구강건조증은 입안이 마르고 타는 듯한 작열감을 동반한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구강건조증은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지만 60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입 마름은 노화에서 비롯된다. 강북다인치과 최헌주 원장은 “노년기로 갈수록 침샘 기능이 떨어져 침 분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분 증발이 많은 겨울철에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하다. 최 원장은 “침은 입안에서 자정·향균작용을 하는데, 침 분비량이 줄면 잇몸이 붓고 혀에 염증이 생기는 등 각종 구강질환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젊은층 사무실 건조증 많아
20~30대 젊은층에서는 ‘빌딩건조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바닥 난방이 아닌 온풍기 난방,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 복사기·컴퓨터 등이 습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겨울철 집 습도가 30~40%라면 사무실은 10~30%에 불과하다. 눈·코·입 등이 모두 마르지만 특히 건선을 주의해야 한다. 피부에 하얀 각질이 생겨 건조증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가려움증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겨울철에 더 심해진다. 강진문 원장은 “건선은 보습제로도 좋아지지 않는다. 면역억제제나 광선치료를 해야 하므로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무실에서는 코 건조증도 흔한 현상이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김태훈 교수는 “콧물이 잘 말라붙고 코딱지가 유난히 잘 생긴다는 사람이 있다. 건조한 환경에서 코 점막의 습윤기능이 떨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가려움·악취 등이 생기다 결국 점막이 헐어 코피가 난다. 심한 경우 자주 쑤시다 비중격 천공(뚫림)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코 건조증은 일반 비염이나 감기 치료약을 쓰면 건조증이 더 심해진다. 이때는 치료약물 대신 생리식염수 스프레이나 생리식염수 세척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요법을 쓴다. 아침저녁으로 코 점막에 바세린을 살짝 바르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영·유아는 겨울철에 아토피가 더 악화된다. 주로 팔다리 등 접히는 부위가 많이 짓무르지만 건조한 날씨엔 손목과 발목까지 확산한다. 또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아이는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눈을 유난히 많이 비빈다면 의심해 본다.
건조증 있을수록 목욕 횟수 줄여야
건조증을 막으려면 보습이 중요하다. 피부건조증이나 아토피피부염이 있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한다. 샤워 횟수 줄이기, 샤워 후 1분 내에 보습제 바르기, 집·사무실 습도 높이기 등이다. 강 원장은 “습도를 유지하는 피부보호막 성분은 대부분 수용성이다. 물에 잘 녹는다. 이를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이 샤워”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시간 탕욕을 하는 것은 최악이다. 강 원장은 “샤워를 반드시 매일 해야 한다면 3분 이내로 물로만 헹구고 땀이 나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만 세정제(비누)를 쓴다. 세정제도 매일 쓰기보단 이틀에 한 번꼴로 쓰면 좋다”고 말했다. 또 샤워 후 반드시 보습막을 입힌다. 물기를 닦자마자 재빨리 로션으로 보호막을 입혀야 수분이 증발하지 않는다. 보습제를 바로 바르지 않으면 샤워 전보다 수분이 더 많이 빼앗긴 상태가 된다. 때를 벗기는 것도 각질층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이므로 건조증을 더 악화시킨다.
다음은 가습이다. 기계식 가습보다 수건을 널거나 미니 분수를 설치하는 등의 자연가습이 효과가 더 좋다. 자연 가습은 수분입자가 작아 방 안 전체의 습도를 골고루 높인다. 습도는 50~60%(최적은 55%)로 유지한다.
눈 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눈꺼풀 청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주천기 교수는 “습도를 높이고 인공눈물을 아무리 넣어도 건조하다는 사람이 있다. 눈꺼풀샘이 막혀 눈물막을 보호하는 지방 성분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에서 눈꺼풀 세척액을 사서 아침저녁으로 면봉에 묻혀 닦아주면 눈꺼풀 샘을 보호할 수 있다. 오메가3 섭취도 건조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주 교수는 “오메가3는 눈물층 보호막의 주성분”이라며 “안구건조증 환자의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입 건조증에는 혀 운동을 권한다. 혀를 앞으로 내밀었다 왼쪽, 오른쪽, 아래로 움직여 침샘을 자극한다. 무설탕 껌도 좋다. 최헌주 원장은 “씹는 것 자체가 침샘을 자극하고 치아 자정작용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해도 입 건조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비염을 의심해 본다. 김태훈 교수는 “비염과 축농증으로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면서 구강건조증이 생긴다. 이런 사람은 코만 치료해도 입 마름이 해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