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암은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졌다. 조기진단 기술과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대부분 암은 이제 ‘만성질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조기 진단율과 생존율이 저조한 암도 있다. ‘세계 암의 날’(매년 2월 4일)을 맞아 여전히 치명적인 암을 살펴봤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수술불가’ 상태서 발견
췌장암은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독한 암으로 꼽힌다. 대부분 말기에 발견된다. 생존율이 높을 리가 없다. 실제 췌장암의 조기진단율은 10% 미만이다. 생존율도 8%밖에 되지 않는다. 수술이 가능한 1·2기에 발견되는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30% 내외에 그친다.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 없다는 게 조기발견이 어려운 이유다. 여러 장기에 둘러싸여 깊숙하게 숨어있어 겉에선 만져지지 않고 개복해도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래 췌장암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췌장암 환자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1만2829명이던 췌장암 환자는 2014년 1만8017명으로 3년간 40.4% 증가했다.
가족력 없는데 당뇨병 발견됐다면 의심해야
워낙 조용하게 진행되는 암이지만, 췌장암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를 알고 평소 자신의 몸을 꼼꼼히 관찰하면 조금이나마 일찍 발견할 수 있다.
췌장암을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는 흡연, 당뇨병, 만성췌장염, 연령, 유전이다. 특히 흡연은 췌장암 발병률을 2~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도 중요 요소다. 나이를 먹을수록 발병률이 특히 증가한다. 60대 이상이 70.5%(2014년 기준)를 차지한다. 성별로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
당뇨병은 췌장과 매우 관련이 깊다. 췌장암의 위험인자이자, 췌장암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가족 중 당뇨병이 없으면서 뚱뚱하지도 않은데 55세 이후 당뇨병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췌장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초기 증상은 특별한 게 없지만, 대부분 소화와 관련돼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는 “오목가슴 근처가 답답하거나 속이 좋지 않다거나 식욕이 없고 체중이 줄었다는 경우가 많다”며 “병이 발생하는 부위나 진행 정도에 따라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복부 초음파 검사와 위내시경 검사 결과 뚜렷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지속된다면 CT·MRI 검사를 추가로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