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암은 인식도가 낮아 폐암·유방암과 달리 생존율이 예전보다 더 떨어졌다. 장정순 교수가 췌장암의 최신 치료법과 인식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두종] |
췌장암은 현재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이다. 5년 생존율이 가장 낮고 사망률은 높다. 조기에 발견해도 수술이 까다롭다. 10대 암 중 최근 10여 년 사이 유일하게 5년 생존율에 변화가 거의 없는 암이다. 췌장암을 제외한 모든 암의 생존율이 크게 올랐다.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정순 교수는 “췌장암에 대한 인식이 생존율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인식이 높아져야 활발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고, 혁신적인 치료법이 개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난치성 암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외적인 어려움이 큰 암 중 하나다. 워낙 치명적이다 보니 유난히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 치료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치료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생긴다. 엉뚱한 치료를 하거나 듣지 않는 치료제를 무리하게 써서 고통을 키우게 된다. 그래서 췌장암은 제대로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 인식이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일 텐데.
“국민이 췌장암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다른 암처럼 접근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잘못된 인식은 두 가지 측면을 야기한다. 너무 비관적이거나 너무 낙관적인 접근이다. 치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포기한다.
또 다른 암에서 생존율이 높아져서 췌장암도 덩달아 높을 것으로 착각한다. 쉽게 보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인식이 중요하다. 치료법 개발과 생존율은 관련이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위암 인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위암은 인식도 좋고 치료율도 높은 모범적인 케이스다. 인식과 관심이 높으면 연구와 관련 정책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인식 개선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췌장암은 간암·폐암과 5년 생존율에 별 차이가 없었다. 췌장암은 9.4%, 간암은 10.7%, 폐암은 11.3%였다. 그런데 이제는 간암·폐암의 생존율이 각각 30.1%와 21.9%로 높아졌다. 반면에 췌장암은 8.8%로 오히려 낮아졌다.
폐암은 췌장암만큼 악질 암이었는데 새로운 약이 1년에 10여 종씩 개발되면서 수명이 10년에 3개월씩 세 번 늘었다. 또 유방암의 경우는 어떤가. 이제는 10년 생존율을 논하지 않나. 췌장암은 15년 만에 치료제가 고작 3개 개발됐다. 인식을 비롯한 사회적 관심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수술이 불가능해도 적극적인 치료가 강조되는데.
“수술이 어려운 때 발견했다고 치료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췌장암은 합병증이 많다. 통증이 극심하고 우울증이나 당뇨병이 심하게 생기기도 한다. 보통 췌장암 환자의 평균수명이 6개월 정도인데, 똑같이 6개월을 살더라도 고통 속에 사는 것과 하이킹을 하면서 사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예전에는 췌장암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에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치료법 개발이 다른 암에 비해 더디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치료제는 췌장암 환자 수명을 2개월 늘린다. 그 전에 개발된 약 중에는 수명을 겨우 보름 늘린 것도 있었다. 췌장암은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암과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 하나가 개발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앞으로도 관심이 높아져 많은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2개월 수명 연장이 어떤 의미인가.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다.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는 2개월이 짧고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수명이 6개월인 사람에게 2개월은 전 생애의 30% 이상을 늘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수명 연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폐암 환자의 수명이 췌장암과 비슷했지만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2년이 넘듯이 췌장암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명을 늘린 신약이 개발됐지만 급여화가 안 돼 환자에게 권하지 못하는 것이다. 췌장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정부에서 무기를 쥐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췌장암 환자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완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생존율도 증가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비교적 좋아서다. 근데 치료에는 증상을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췌장암 환자는 혈전이 생겨 다리가 붓기도 하고 가슴통증이 심하기도 하다. 밥을 못 먹어 뼈만 앙상해지기도 한다. 아주 비참하다. 조용히 앓는 암이 아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런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뒤늦게 진단된 경우 큰 흐름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진 못해도 여러 합병증을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간다. 통증 치료와 우울증 치료도 굉장히 중요하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