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다. 지난해 국내에선 하루 평균 37.5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38.5%에 그친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병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1기에서는 약 80%, 2기는 60%, 3기는 30%, 4기는 10% 수준이다.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서종희 교수는 "폐암 생존율을 높이려면 조기 진단과 수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 발견된 폐암은 완치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조기 진단 환자는 전체의 5~15%에 불과하다. 폐암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폐에는 감각 신경이 없어 암이 진행되기 전에는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끼기 어렵다.
폐암 조기진단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은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한 정기검진이다. 저선량 CT는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일반 CT의 6분의 1로 줄인 검사다. 방사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서 교수는 “50대 이상 성인은 정기적으로 검진받고, 가족력이 있으면 30~40대부터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폐암 치료의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폐암이 1기나 2기 초기 단계에서 발견됐으면 수술로 암세포가 포함된 폐 조직을 제거해 생존율을 크게 높인다. 최근에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수술 시간을 단축해 회복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특히 폐암 중 발생빈도가 높은 선암은 폐의 말초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데, 수술이 일반적이다.
폐암 진단 시 약 40~45%가 1기 또는 2기로, 20~30%가 3기로 발견된다. 나머지 약 40%가 4기다. 초기인 1기와 2기에는 수술이 가능하면 반드시 시행이 원칙이다. 그러나 3기 이상이면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비슷해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 교수는 “수술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완치의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수술 후에도 폐 기능은 점차 회복된다. 특히 수술 후 6개월 동안 꾸준한 운동을 통해 폐 기능을 10%가량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표적 항암 치료와 면역 항암 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생존율을 높일 가능성이 커진다. 표적 항암 치료는 특정 유전자를 표적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면역 항암 치료는 환자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서 교수는 “폐암은 더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충분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