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결막염은 발병 원인, 발병 시기, 임상 양상에 따라 크게 ①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 ②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 ③봄철 각결막염 ④아토피 각결막염 ⑤거대유두 결막염으로 세분한다. 외부 특정 항체에 과민 반응해 즉각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결막염의 50% 이상은 계절성·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이다. 꽃가루·미세먼지가 심한 특정 시기에 생기면 계절성,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곰팡이 등으로 1년 내내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다면 통년성으로 구분한다.
계절성·통년성 알레르기 각막염으로 인한 증상은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다만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비면 각막혼탁, 검구유착(눈꺼풀이 안구에 달라붙는 증상)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 요인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결막염은 여러 유발 요인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만성적이고 즉각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증상 관리 치료가 중요하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고경민 센터장에게 알레르기 각막염의 치료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고 센터장은 대한안과의사회 학술이사로, 대한안과학회 KJO 논문 최다 인용 공로상을 수상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가려워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비는 경우가 많은데.
“괴롭겠지만, 절대로 눈 주변을 만지거나 비비면 안 된다. 대신 차가운 수건으로 눈 주위를 냉찜질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점안해주면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사실 가려움증은 알레르기 결막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안구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얇고 투명한 점막인 결막은 눈물의 점액층을 생성해 외부 이물질로부터 안구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가렵다고 긁거나 비빌수록 더 가렵다. 더러운 손으로 자꾸 비비고 만지면서 결막 부종으로 눈이 부어 오르고 각막 상피가 벗겨져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임상적 증상도 눈이 가렵던 정도에서 눈 이물감, 눈부심, 안구 통증으로 심해진다. 특히 눈을 계속 비비면 그 충격으로 각막혼탁, 검구유착이 발생해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 대개 눈을 심하게 비비지 않는 이상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염증이 각막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염증이 각막까지 침범하는 각막염으로 진행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안과 의사가 눈이 가렵더라도 절대로 비비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간혹 식염수로 눈을 세척하기도 하는데 좋지 않다. 식염수가 눈에서 항균 작용을 하는 눈물까지 씻어낸다.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가려움증이 심할 땐 안과에서 항히스타민 성분의 안약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Q2. 안구건조증이 있으면 알레르기 결막염이 더 심한가.
“그렇다. 안구건조증 등으로 건조한 눈인 건성안은 눈물 순환율이 떨어진다. 눈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안구 표면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바로 증발한다. 눈물 순환율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눈에 더 오래 머무르면서 염증 반응이 심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염증 반응이 심해지면 눈물의 증발을 막는 점액질, 기름 성분을 분비하는 결막의 술잔세포,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에 영향을 줘 안구건조증도 심해진다. 뫼비우스 띠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눈물 보호막이 부족해 알레르기 결막염이 더 자주 발생하고 증상도 심한 편이다. 또 안구건조증이든 알레르기 결막염이든 눈을 자주 비비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 결막염을 치료할 때는 인공누액으로 안구건조증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이 날이 추워질 때는 실내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져 눈물 증발을 촉진하면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 또 장시간 안구 표면을 밀착해 덮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도 안구건조증에 취약하다. 특히 렌즈 착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적된 안구 표면 자극이 심해지는데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렌즈 특성상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뻑뻑해진다. 렌즈가 눈으로 산소를 전달·공급하는 것을 방해하고, 저산소증으로 눈 결막이 붓고 염증 반응도 심하다. 안구건조증으로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Q3. 알레르기 결막염은 치료해도 왜 자주 재발하나.
“눈은 꽃가루, 반려동물의 털 등 외부의 알레르기 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의 제 1원칙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항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눈은 늘 공기 중에 노출돼 있어 어떤 요인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략적으로 꽃가루가 문제일 것이라고 유추할 뿐이다. 실제 꽃가루가 날리고 미세먼지가 심한 계절엔 알레르기 결막염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데 꽃가루·미세먼지가 없는 실내에서만 지내더라도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등으로 인한 눈 알레르기 증상으로 1년 내내 괴로워하기도 한다. 결국 무엇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니 피하는 방식의 치료를 적용하기 힘들다. 알고 있더라도 눈을 감고 지낼 수 없으니 현실적으로 완전히 회피하기 어렵다.
현재의 알레르기 결막염 치료는 증상을 대처할 뿐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되면 다시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은 감작 치료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알레르기 결막염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성안으로 눈물막 불안정하면 알레르기 반응 증가
눈 비비면 염증이 각막까지 번지고 시력 나빠져
점안제 투약 3분 만에 눈 가려움증 등 증상 완화 가능
눈 비비면 염증이 각막까지 번지고 시력 나빠져
점안제 투약 3분 만에 눈 가려움증 등 증상 완화 가능
Q4. 알레르기 결막염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기도 하나.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증상이라 전염성은 없다. 따라서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격리하거나 수건을 따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알레르기 결막염은 임상적 증상만으로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인한 감염성 결막염과 감별이 어렵다.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바이러스 결막염은 전염력이 매우 강해 어린이집·학교에서 집단 유행 위험이 크다. 또 치료가 늦으면 안구 가장 바깥에 위치한 결막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유리처럼 투명한 각막까지 흉터가 남아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유행성 각결막염이라고도 불린다. 세균성 결막염은 드물지만 발병하면 실명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위생 문제, 면역력 저하, 스테로이드 점안액 장기 사용 등 일상적 생활 습관으로 발생하는데 염증이 심해지면 각막에 구멍이 생기는 각막 천공이나 급격한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결막에 염증이 생기면 눈이 가려우면서 충혈, 분비물, 이물감, 안구 통증, 부종 등 증상으로 일상이 괴롭다. 원인에 따라 알레르기성, 바이러스성, 세균성으로 나뉘는데 임상적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결막염 증상이 있다면 즉시 안과 병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Q5. 알레르기 결막염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점안제(에피나스틴)를 양쪽 눈에 한방울씩 하루 2회 점안한다. 사람에서의 항원 자극 연구에서 안구 항원에 의한 안구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최소 8시간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알레르기 결막염 이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결막 알레르기 유발검사를 진행한 임상 3상 연구에서 안구 가려움증은 81%, 결막 충혈은 41%나 줄였다. 특히 점안제를 눈에 넣은지 고작 3분 만에 알레르기 결막염의 특징적인 증상인 눈 가려움증이 개선될 정도로 약효 발현이 빨랐다. 또 건성안이 악화하고 눈물량이 줄어드는 올로파타딘 성분의 기존 치료제의 단점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 눈물 양을 보존해 눈물이 마르면서 눈이 건조한 증상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보존제(BAK)가 없어 각결막 상피세포 독성이 낮아 눈 자극이 적다. 최근엔 안 조직 이행량을 증가시켜 지속성을 높인 에피나스틴 고농도 제형도 나왔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가렵다고 눈을 비비면 결막 비만세포가 파열되고 염증세포가 늘어나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이 더 악화한다. 그래서 눈이 가렵지 않도록 하는 점안제 선택이 중요하다.”
Q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꽃가루는 매우 흔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다. 최근엔 기후 변화로 알레르기 유발 식물 개체수가 늘면서 꽃가루 발생량이 증가하고 발생 시기도 빨라졌다고 보고된다. 꽃가루의 독성 자체 역시 높아졌다. 그만큼 알레르기 결막염을 앓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간혹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알레르기 시즌에 아이가 밖에서 놀다가 지저분한 손으로 눈을 비비고 흰자가 퉁퉁 부어올라 놀라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상황을 종종 본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을 더 이상 비비지 않고 냉찜질로 시원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종을 줄일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엔 항히스타민제 안약을 점안해주면 가려움증이 나아지고 증상도 더 빨리 호전된다.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고생한다면 예방적 치료를 고려한다. 일기예보에서 꽃가루·미세먼지가 심하다거나, 여행 때 집먼지진드기가 우려되는 낯선 숙소에 머무르거나, 먼지가 많이 날리는 장소에서 작업할 일이 예정돼 있는 등 알레르기 증상이 예상되는 상황 하루이틀 전부터 알레르기 결막염 점안제를 미리 점안하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