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에 수면 불량까지…중증 천식 치료에 관심을

권선미 기자 2024.11.18 08:50

[암보다 치명적인 중증 천식] ③중증 천식 환자의 고통

누구나 자연스럽게 숨을 쉬며 살지만, 그 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증 천식 환자다. 기침,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등 가변적으로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인 천식이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 등 적극적인 약물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상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는 “천식은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으로 악화할 경우 직장 생활의 유지가 어려운 것은 물론, 숨을 쉬거나 숙면을 취하는 등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응급실 입퇴원에 삶의 질 떨어져 
중증 천식으로 폐 기능이 약해지면서 나타난 가장 큰 일상 변화는 응급실 입퇴원이다. 중증 천식 환자는 경증이나 중등증 천식에 비해 외래나 응급실 방문이 많고 급성 악화로 인한 입원이 빈번하다. 급성 악화로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증상이 심해지고 가슴이 조이듯 답답하고 발작적으로 기침하면서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호흡곤란으로 긴박하게 병원을 찾는다. 특히 예상치 못한 급성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일상도 엉망이 된다. 실제 중증 천식 환자의 삶의 질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주요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암환자보다도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중증 천식으로 악화한 후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고백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이송됐다가 우연히 중증 천식으로 진단받은 환우 A씨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에도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늘 숨이 쉬어지지 않아 움직일 수 없고 극도의 두려움을 견뎌야 했다. 또 다른 중증 천식 환우 B씨는 이직 등 환경 변화로 새벽에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고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됐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생각했지만 흡입기나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아 중증 천식으로 진단받았다. 하지만 숨이 너무 차서 걷거나 밥을 먹는 것도 힘들어 모든 사회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내적 스트레스 역시 심해져 우울증 치료까지 받게 됐다. 

중증 천식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호산구성 천식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비호산구성 천식에 비해 심한 악화, 부비동염 동반, 폐 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호산구성 천식 환자는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호산구성 기도 염증을 보이는 등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이로 인해 중증 천식 환자는 병원 방문, 입원, 약물 사용에 쓰는 비용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는 중증 천식 환자들의 의료비용이 제2형 당뇨병, 뇌졸중,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는 동안 계속 기침해 숙면 어려워
밤잠을 설치는 것도 중증 천식 환자를 괴롭게 한다. 대부분의 천식 환자는 증상이 밤에 심해져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자는 동안 계속 기침이 나와 자다깨다를 반복해 숙면이 불가능하다. 중증 천식은 발작적 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해 수면의 질이 더 나쁘다. 침대에 누우면 기침·가래로 숨을 쉬기 힘들어 쇼파·안마의자에 기대어 눈을 붙이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 천식 환자의 수면의 질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비중증 천식 환자와 비교해도 유의미하게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시간 또한 비중증 천식 환자 대비 짧았으며(중증 천식 6.4±1.5 vs 비중증 천식 6.9±1.7), 중증 천식 환자의 96%는 수면 불량이었다. 낮은 수면의 질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중증 천식 환자는 수면의 질이 낮고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천식 조절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 더욱 문제다.

전신 스테로이드 부작용 발생 위험 높아
전신 스테로이드 부작용도 중증 천식 환자가 감내해야 한다. 한국은 급성 악화를 치료하기 위해 중증 단계에서 경구용 전신 스테로이드(OCS)를 사용하는 비율이 92.9%로 높다. 미국(20.4%)·이탈리아(61.4%)·영국(72.9%)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경구용 전신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비만, 당뇨병, 골다공증, 백내장, 고혈압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짧게 쓰더라도 수면 장애, 감염 위험, 골절, 혈전색전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증 천식 환자와 경증-중등증 천식 및 비천식 환자에서의 전신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 천식 환자(93%)는 경증-중등증 천식 환자(78%) 및 비천식 환자(64%) 보다 전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관련 부작용을 하나 이상 보유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양한 부작용 중 골다공증은 경증-중등증 천식 환자 대비 중증 천식 환자에서 5.23배, 소화불량은 3.99배, 백내장 1.89배가량 높고, 수면장애는 1.7배, 제2형 당뇨병은 1.46배가량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최 교수는 “중증 천식은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에 더해 전신 스테로이드제 부작용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증 천식 환자도 생물학적 제제 치료로 삶의 질 개선
중증 천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중요한 배경이다. 특히 중증 천식은 질환의 유형, 임상 증상을 고려해 생물학적 제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국내외 치료지침에서도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나 약화가 지속되는 환자는 비용-효과를 고려해 생물학적 제제를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이중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 중 인터루킨-5(IL-5)나 인터루킨-5R(IL-5R) 제제, 인터루킨-4R(IL-4R)제제로 추가 요법을 시행할 경우 급성 악화 빈도와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이 감소될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최 교수는 “IL-5R 제제의 경우 호산구 증식과 활성화를 억제해 효과적으로 호산구를 고갈시킬 수 있으며 중증 천식 환자에서 악화를 감소시키고 폐 기능(FEV1)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경구 스테로이드 용량 감소와 악화 감소에도 유의한 효과를 보여줬다”며 “또 의료진의 판단 하에 자가 투여가 가능할 수도 있어 직장 생활을 하는 환자도 치료받으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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