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성 경험 전 접종 완료해야 예방 효과 극대화

권선미 기자 2024.07.12 11:01

[HPV 습격] ② HPV 백신 접종의 최적 연령

HPV 감염은 성 접촉을 시작한 다음부터 늘어난다. 성 경험 연령이 낮아지면서 10~20대 HPV 감염 위험이 커졌다.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 등 여성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HPV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남성도 여성도 HPV 감염으로 암에 걸릴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미래 세대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을 위해 정책적으로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배경이다. HPV 습격 두 번째 주제는 HPV 백신 접종 최적 연령이다. 

HPV 감염으로 인한 질병은 HPV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HPV 백신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질암·외음부암, 남성의 음경암, 남녀 모두에서 생식기 사마귀·항문암·두경부암을 예방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12세 여아를 중심으로 HPV 백신 접종 비용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로 지원한다. HPV 감염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만큼 한국도 NIP의 HPV 백신 접종 범위를 남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열린 아세아니아 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 종양학회(AOGIN)에서 의정부성모병원 배상락 교수가 HPV로 인한 질병 부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실제 이번 달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아세아 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 종양학회(AOGIN)에서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비뇨의학회·대한두경부외과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등 국내 6개 학회가 공동으로 HPV 백신 접종 최적 연령에 대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HPV 백신 접종 최적 연령은 11~12세다. HPV 백신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 경험 전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 응답자는 전체의 5.7%였고, 성 경험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13.6세로 나타났다. HPV 감염은 성 접촉을 시작한 다음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첫 성경험 이전에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6개 학회서 남성 청소년도 HPV 백신 접종 권고
남녀 모두 HPV 백신접종은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는 11~12세 남녀 청소년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유럽암기구에서도 유럽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남녀 청소년에게 HPV 백신 접종을 강조한다. 특히 2030년까지 90%의 남녀 청소년 HPV 백신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172개국이 NIP로 HPV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는 86개국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NIP를 도입했다. 이중 28개국은 HPV 예방 범위가 넓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한다. 국내의 경우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에서 생매개 감염병 진료 지침을 통해 11~12세 남녀 모두에게 9가 HPV 백신을 접종을 권고한다. 다만 NIP로 지원되는 여성 청소년과 달리 남성 청소년은 접종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HPV 백신이 개발된 2006년 이후부터 여성을 중심으로 HPV 백신 접종 효과가 누적된 결과다. 미국에서는 2015~2019년 데이터 분석을 통해 HPV가 유발하는 암 중 여성에게 흔한 자궁경부암보다 남성에서 호발하는 두경부암(구인두암)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배상락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 발생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HPV 감염으로 인한 암 발생을 확인하기 어려워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첫 성 접촉 나이는 13.6세…그전에 접종 완료해야
HPV 백신은 15세 이전에 접종할수록 백신 효과, 접종비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재 HPV 백신은 남녀 모두 9세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그런데 HPV 백신은 접종 당시 연령에 따라 접종 횟수가 달라진다. 첫 접종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14세라면 총 2회 접종으로 완료되지만, 15세부터는 1회 더 접종해야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백신 예방 효과에 있다. 16·18번 등 고위험 HPV 유형에서 14세 이하 HPV 백신 접종은 2번 평균 항체역가(GMTs)가 16~26세 3회 접종군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HPV 백신 접종을 고려한다면 14세 이전에 완료하는 것이 접종 횟수를 줄이면서 암 예방 효과를 빨리 누릴 수 있다. 성 경험 전에 HVP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등 전암 병변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라는 연구도 있다.

HPV 백신의 효과는 성 경험이 있어도, HPV에 감염된 적이 있어도 유효하다. 아직 HPV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인이라면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당장은 접종비가 부담일 수 있지만 자신을 위해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남녀 모두 접종 권장 연령은 9~26세지만, 이 나이를 넘어 접종해도 예방 효과는 있다. 특히 여성은 임상적으로 45세까지 HPV 감염을 막는 면역 반응이 관찰되는 등 유효성을 확인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