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궤양성 대장염, 대변 사진으로 모니터링 가능해져”

하지수 기자 2024.09.02 17:05

[인터뷰]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은수 교수

만성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의 국내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으로 극심한 복통과 설사를 야기한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이중 유병률이 더 높은 건 궤양성 대장염이다. 크론병 대비 환자가 1.5~2배 더 많다.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은수(사진) 교수에게 장 건강을 위협하는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증상과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크론병과 구분되는 궤양성 대장염만의 특징이 궁금하다.
"두 질환 모두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되지만, 염증이 발생하는 부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장내 깊숙한 곳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장벽을 파고들기 때문에 복통을 주로 겪는다. 중증 크론병의 경우 영양분을 섭취하는 기관인 소장에 염증이 발생하다 보니 급격한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일 때는 질환명에서 알 수 있듯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한다. 크론병과 달리 끊어지는 부분 없이 염증이 장벽을 따라 이어지며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 하층에만 국한돼 나타난다. 이때는 대변을 보고 뭔가 남은 듯한 후중감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나 변 대신 염증으로 인한 하얀 점액을 보곤 한다. 혈변 또는 혈성 설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어떻게 내려지나.
"염증성 장 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다. 한 번에 확진할 수 있는 특정 검사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문진과 여러 검사 지표를 활용해 진단에 활용한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증상이다. 증상이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하는 데 약 5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그다음으로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의 결과를 확인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만성질환이라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에 첫 진단 시 신중하게 접근한다."  

-진단 후에는 어떤 목표로 치료가 이뤄지나.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 매개 질환의 일종이라 완치가 불가능하다. 임상적 관해, 즉 증상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최근에는 증상이 사라진 임상적 관해를 넘어 혈액·대변·대장내시경 검사 결과에서 염증까지 모두 치유된 상태가 확인되는 내시경적 관해가 유지되는 것을 치료 목표로 둔다."

-관해기 유지를 위해 유의할 점은 뭔가.
"주치의와 결정한 치료 과정에 따라 제때 적절한 약을 쓰고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증상이 좋아진다고 해서, 임산부라 태아에게 영향이 갈 것을 염려해서 전문의와 상담 없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수유를 앞둔 상황이라도 마찬가지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쓰이는 치료제는 심각한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이 없는 약제들이다. 특히 치료 시 사용되는 항염증제인 5-ASA 제제는 임산부가 복용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게다가 염증성 장 질환은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한다. 이전보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의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끊지 않고 이어가야 한다."

-치료제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 조절을 위해 각 단계에 따라 약제를 변경하는 스텝 업(Step-up) 치료 전략을 택한다. 그 시작은 항염증제인 5-ASA 제제 사용이다. 5-ASA 제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기본이 되는 치료제로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60~70%는 이 약만으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재발을 경험한다. 이때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데 부작용 우려가 있어 2개월 내로 치료 기간을 제한한다.

스테로이드제를 쓰고 나서도 증상이 재발한다면 면역억제제를 활용한다. 면역억제제를 처방한 이후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정맥주사제형이나 피하주사제형인 생물학제제, 경구제형인 소분자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치료의 기본이 되는 함염증제의 장점은 뭔가.
"항염증제 5-ASA 제제의 장점은 안전하면서도 치료 효과가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에 쓰이는 경구 5-ASA 제제는 장 점막까지 도달한 후 점막 상피 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낮추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약은 위와 소장에서 녹아 약 성분이 전신으로 퍼져 흡수돼 효능을 보인다면 5-ASA 제제는 대장에 도착한 이후에 약효가 퍼지도록 개발됐다. 그 덕에 전신 이상 반응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제약사마다 다양한 약물 전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5-ASA 제제를 내놓고 있다. 대장 전체에 걸쳐 지속해서 5-ASA를 방출하는 MMX(Multi Matrix System)형, 복약과 동시에 약물 방출이 시작되고 이후 방출이 지속되는 시간 조절형(Time-dependent), 장관 내 산도(pH)에 따라 방출되는 pH 의존형(pH-dependent) 등이다. 이 가운데 MMX 기전의 약제는 친유성과 친수성, 산도에 반응하는 기술이 복합적으로 집약됐다는 특징을 갖는다."

-제때 적절한 약을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모니터링이다.
"객관적인 질병 모니터링 역시 궤양성 대장염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모니터링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몸 상태와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모니터링이 중요한 이유는 환자의 객관적인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 시 치료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약을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실제 환자가 괜찮다고 이야기 해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을 때 염증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남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방법으로는 혈액 검사와 대변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등이 있다."

-모니터링 방법마다 어떤 장단점이 존재하나.
"혈액 검사는 간편하고 당일 2~3시간만 대기하면 검사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검사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 정확도가 가장 높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로 둘 때 혈액 검사의 정확도는 40%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환자가 감기나 코로나19 등에 걸리면 염증 수치가 올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기준으로 할 때 정확도가 80% 정도다.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지만 환자들이 대변을 채집해 병원에 가져오기가 쉽지 않고 검사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장 천공의 위험성이 있으며 장 정결로 인한 불편함 등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AI(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던데.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의 대변 사진을 AI로 분석해 내시경 염증 활성도를 예측하는 모델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항문 바로 위 직장 쪽에 염증이 생기다 보니 대변 상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염증 상태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변의 색깔, 양, 형태, 변에 묻어나온 피나 점액 유무 등을 확인하는 거다. 내원 시 대변 사진을 찍어오는 환자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착안해 AI 전문 교수와 상의해 관련 모델을 개발하게 됐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대변 사진을 활용한 최초의 AI 모델이다."

-개발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둔 궤양성 대장염 환자 200~300명의 대변 사진 2000여 장을 모은 뒤 AI에게 학습시켜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즉, AI를 통해 특정 사진을 입력하고 '이러한 대변 형태가 나온 환자의 대장내시경 점수는 몇 점이다'라는 내용을 반복 학습시킨 방식이다.

이후 100명의 환자를 새로 모집해 동일하게 대변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다음 AI 모델을 검증했다. 그 결과, 대변 사진만으로 환자의 대장내시경 점수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도가 84%나 됐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와 정확도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사진을 여러 번 찍으면 정확도가 92%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에서도 편안하게 모니터링이 가능하겠다.
"그렇다. 환자가 집에서 직접 대변 사진을 찍어 편하게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는 당일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없지만, AI 모델은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몇 초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치료 시기를 조정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 AI 판독 결과 사진의 절반 이상에서 염증이 있다고 확인되면 내원 일정을 앞당겨 약제를 변경하거나 추가적인 검사를 해볼 수 있다. 반대로 염증 상태가 괜찮다고 나오면 예정대로 내원하면 된다.

해당 AI 모델은 현재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으나 향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상용화될 계획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 중이다."

-끝으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보니 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스로 생활에 제약을 둬 소위 '병에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염증성 장 질환이라 해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지속하면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병 때문에 인생을 좌지우지 당하지 말고 스스로 병을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치료를 이어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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