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환자 많아…크론병과 평생 동고동락해야

권선미 기자 2024.08.30 11:20

복통·설사 등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증상 혼동 주의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체계 교란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하기 힘들어 평생 관리하면서 지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와 함께 크론병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론병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최근 한 유명인의 크론병 투병 고백과 의학 드라마 속 사례로 크론병이 언급되며 조금씩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만 명에서 2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 규모로 따지면 적은 숫자지만, 완치가 어렵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크론병의 유병률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크론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3만3238명이다. 2019년 2만4133명에 비해 27% 넘게 증가했다.

크론병은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서구화된 식습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는데,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청소년기에 크론병이 생기면 음식을 잘 먹더라도 장에 염증이 있어 복통, 설사 등의 이유로 신체적인 성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크론병이 발병하게 되면 단체나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 주의
설사·복통 등의 크론병 증상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크론병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잦은 복통과 설사만으로 두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론병은 소화관 외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눈에 이상이 있다든지 ▶피부 발진 ▶관절통 등이 동반되는 등 장관 외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크론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 청취, 내시경과 조직 검사, 또 내시경으로 보기 어려운 소장에 대해서는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해야만 한다. 크론병은 어느 검사 결과 하나만 갖고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임상 소견, 혈액 검사, 내시경 소견, 영상 검사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 일부 검사만으로는 크론병을 확진할 수 없으니 반드시 염증성 장 질환 진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크론병은 다양한 내과적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염증에 효과가 있는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한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며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협착이 생기거나 천공 혹은 암이 생긴다면 결국 외과적인 수술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크론병은 외과적인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평생 가는 의료진, 생활 습관 관리 중요
크론병의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최대한 인스턴트 음식 섭취를 최소화하고 과거 조상이 했던 것처럼 한식 위주의 밥상을 가까이 한다면 좀 더 크론병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는 만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임을 잊지 말자.

크론병은 발병하면 장기간 혹은 평생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크론병은 평생 동고동락하는 대상이며 크론병 전문의는 평생 진료를 이어가는 의료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크론병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대학에 가고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와 함께 병원에 오는 것을 본다. 크론병 치료는 환자들의 인생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어떤 병이든 오래 지속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여러 가지 합병증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치료도 피할 수 있다. 몸의 이상이 느껴질 경우 지체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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