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날 때까지 긁는 결절성 양진…제2형 염증 표적 치료해야

권선미 기자 2024.08.27 08:43

[닥터스 픽] 〈132〉피부 결절성 양진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 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피부 가려움증으로 괴로운 50대 직장인입니다. 팔에 벌레 물린 것처럼 발진이 한두개 생기더니 갈색 딱지 같은 결절이 팔다리부터 몸통까지 번졌습니다. 특히 가려움증이 너무 심합니다. '긁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결국 피 날 때까지 긁다가 진물에 피부가 짓물러 피부 상태가 엉망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긴 팔만 입게 됩니다. 온몸이 가려워 잠을 설치다 보니 성격도 예민해졌습니다. 병원에선 아토피 피부염이 아닌 결절성 양진이라고 합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증상이 잠깐 나아졌다가 다시 심해집니다. 가려움증으로 너무 괴로운데 치료가 가능할까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이지현 교수의 조언

심한 피부 가려움증으로 계속 긁으면서 눈으로 봤을 때 섬유화된 딱딱한 결절성 병변이 다수 있다면 결절성 양진을 의심합니다. 결절성 양진은 딱딱하고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결절이 팔다리 등 부위에 수십~수백개씩 생기는 것을 특징으로 한 염증성 피부 질환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와 비슷해보이는 결절성 양진은 피부에 딱딱한 결절이 나타나고 가려움증이 더 심합니다. 그래서 아토피 피부염 보다 더 힘들어 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특히나 피부는 긁을수록 더 가렵습니다. 피가 날 때까지 긁어 피부에 상처가 생기고 색소 침착이 나타나면서 피부 상태가 더 나빠집니다. 가려움증으로 인한 일상 불편함도 상당합니다.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절성 양진 환자의 절반가량은 불안 장애로 진단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참고로 결절성 양진은 치료하지 않으면 80% 이상은 6개월 이상, 절반 이상은 2년 이상 지속되는 가려움증을 겪습니다. 결절성 양진을 단순히 피부 가려움증이 심한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최근엔 결절성 양진 같은 염증성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제2형 염증에 주목합니다. 제2형 염증은 결절성 양진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결절성 양진을 동반한 사람이 많습니다. 제2형 염증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때 이상 과민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게 됩니다. 

결절성 양진의 원인인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인자는 인터루킨 4, 인터루킨 13 사이토카인으로 피부 장벽 기능을 감소시키고 만성적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등 다면 발현 효과를 일으킵니다. 기존에는 제2형 염증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없어 국소 스테로이드 등 제한된 방식으로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74%는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 못했고 치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재발도 잦았습니다.

최근 제2형 염증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인 인터루킨 4, 인터루킨 13 사이토카인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듀피젠트)가 국내에서 승인 받으면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일종의 표적 면역요법입니다.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의 공통적인 원인인 제2형 염증의 활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가 결절성 양진의 주요 증상인 가려움증을 완화하고 피부 결절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가려움증은 치료 3주 시점부터, 결절은 치료 12주 시점부터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만성질환을 동반한 5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결절성 양진의 치료 시 일관된 안정성 프로파일도 확인했습니다. 

결절성 양진은 그동안 치료해도 효과가 일시적이고 재발이 잦아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이었습니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의 승인으로 과거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피부과 병·의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길 권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부담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절성 양진 분야에서 허가된 유일한 치료법인 만큼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더 많은 환자가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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