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혈관이 스트레스 받습니다. 무더위 때문에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고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수분 보충이 충분하지 못하면 혈액이 걸쭉해져 피찌꺼기가 만들어지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실내외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심혈관에 부담을 줍니다. 뇌경색·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심장학회 연구에서는 기온이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 질환은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에는 혈관 건강이 악화하기 쉬우므로 고위험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심방세동같이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는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는 무더위에 노출되면 탈수로 혈액의 농도가 진해지고 일시적으로 혈당 수치가 높아져 합병증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이완하면서 생기는 ‘혈압 변동’은 혈관에 무리를 줘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질환 가능성을 높입니다. 혈압 변동 폭이 높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도 커집니다.
혈관 건강이 약한 사람은 날씨가 덥다고 찬물로 샤워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더위 탓에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뜨거운 목욕도 혈압을 오르게 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에어컨을 쓸 때는 실내외 온도 차가 4~5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고령 환자는 탈수가 오더라도 증상을 쉽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의식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물은 한 번에 몰아서 마시지 말고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게 좋습니다. 수박·참외·오이 같이 수분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이 도움됩니다. 카페인이 있는 커피·녹차는 이뇨 작용을 촉진합니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혈관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숙지하면 도움됩니다. 30분 이상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오고 안정을 취해도 점점 더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여름에는 뇌졸중이 올 거라 생각하지 못해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눈이 갑자기 침침해지고 두 개로 보이거나,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 뇌졸중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극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현기증이 나고 얼굴·팔·다리에 힘이 갑자기 빠지는 것도 의심 증상입니다. 이때 전조 증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뇌졸중 후유증을 낮추는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여서 증상이 있으면 무심코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