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면서 다리 배 쪽으로 끌어올린다? ‘장중첩증’ 징후

신영경 기자 2024.12.06 08:57

주기적인 복통·혈변 관찰, 조기 치료하면 완전 회복

복통은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아이가 평소와 달리 유독 배가 아프다고 자지러지게 울고 혈변까지 본다면 ‘장중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장중첩증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응급 질환이다. 장의 한 부분이 인접한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태를 말한다.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장 괴사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장중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기적인 복통과 혈변이다. 아이가 갑자기 울며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복통으로 괴로워하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것을 반복한다. 장중첩증이 많이 진행한 경우 아이의 배를 살살 만졌을 때 소시지 같은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다. 발병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액성 혈변을 보기도 하며 구토와 설사가 동반될 수 있다.
 
대부분 돌 전후 영유아서 발생
장중첩증은 원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생후 3개월에서 만 3세 사이의 소아에서 발생하고 남아에게 좀 더 많이 생긴다. 특히 소장의 마지막 부분인 회장이 대장의 시작점인 맹장으로 말려 들어가는 게 가장 흔하다. 감기나 장염이 회복된 후에 장중첩증이 자주 발생한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 교수는 “생후 3개월 미만이나 12세 이상에서도 장중첩증이 나타난다”며 “이때는 선두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두점은 장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구조물이다. 선두점으로 가장 흔한 병변은 메켈게실이며, 그 외에도 용종이나 드물게 양성·악성 종양이 이러한 선두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선 가장 먼저 복부 X선 촬영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장관 내의 가스 분포를 확인하거나 만져지는 종괴의 음영을 살펴 장중첩증을 의심한다. 이후 복부초음파로 ‘도넛 사인’과 같은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정확히 진단한다. 장이 말려 들어가 겹쳐진 모양의 단면이 마치 도넛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두점·심한 장 손상 없으면 정복술 시행

치료를 위해선 정복술을 먼저 시행한다. 정복술은 비수술적으로 항문을 통해서 대장으로 공기나 물을 주입해 중첩 상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복막염으로 진행하지 않은 장중첩증 환자에서 장관 내 압력을 증가시켜 장을 풀어주는 치료법이다. 성공률은 약 90% 정도다.


수술적 치료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정복술과 개복하 도수 정복술이 있다. 중첩된 장을 복강경 기구나 손으로 밀어서 빼내는 방식이다. 이는 비수술적 정복술이 실패했거나 복막염으로 진행된 환자에서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오 교수는 “선두점과 중첩됐던 장의 심각한 손상이 없으면 정복술만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다”며 “선두점이 존재하거나 장 천공, 장 괴사가 진행된 경우 선두점과 손상된 장을 절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중첩증은 응급 질환이나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가 지연되면 장 괴사나 복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장중첩증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아이가 평소와 다른 양상의 복통을 호소하거나 점액성 혈변이 관찰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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