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분만 증가하는데…무통주사·페인버스터 병용 금지 논란 가중

권선미 기자 2024.06.12 11:11

“CWI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줄이는 효과 확인”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제왕절개로 분만하는 비율은 증가세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제왕절개 비율이 높으며 우리나라도 2014년 38.7%이였던 제왕전개 분만율이 2022년 61.7%로 급증하는 등 제왕절개 분만 건수가 자연분만을 넘어섰다. 제왕절개는 산고 없이 단시간에 출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통증이 상대적으로 심해 통증 조절은 제왕절개 산모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수술 후 통증 경감을 위해 흔히 무통주사라 불리는 자가조절진통법(PCA·Patient-Controlled analgesia)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마약 성분으로 인한 저혈압, 오심, 구토 등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모유 수유 시 신생아에게도 약물이 전달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고 동등 이상의 진통 효과를 위해 비마약성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는 다중모드 진통법(multi-modal analgesia)이 보편화하고 있다.
 

여러 통증 조절법 중 국내 제왕절개 산모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일명 ‘페인버스터 시술’로 잘 알려진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Continuous Wound Infiltration)을 꼽을 수 있다. CWI는 분만 후 절개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카테터를 삽입해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제가 서서히 주입돼 고통이 극심한 수술 후 2~3일 동안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받은 신의료기술로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선별 급여로 전환돼 산모를 비롯한 많은 환자가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한다. 


제왕절개 산모 82%가 CWI 통증 조절 만족
한 리서치 기관에서 지난 4월 11일부터 2021년 이후 제왕절개 수술로 자녀를 출산한 여성 277명을 대상으로 CWI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약 3주간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277명(CWI 경험자 200명, 미경험자 77명)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CWI 시술 환자 중 82%가 시술에 만족했으며 이 중 40%는 매우 만족했다고 답변했다. 통증 정도에 있어서도 미시술 환자의 경우 90%가 고통스러운 통증(통증 정도 6점 이상)을 느꼈다고 답한데 반해 CWI 시술 환자 대부분인 78%가 적은 통증(통증 정도 5점 이하)을 느꼈으며 CWI 사용자의 83%가 CWI를 통해 통증 완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7명은 비용 대비 CWI 수술이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3명 중 2명은 무통주사(PCA)의 부작용 감소 및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도움됐다고 답했다. 향후 출산 시 해당 시술을 또 다시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해당 시술에 대해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제왕절개 수술 산모들이 느끼는 CWI의 효과와 요구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다. 

병용 적용 급여 제한 고시에 임산부 불안감 가중
보건복지부는 해당 시술에 대한 선별 급여 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에서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의 수를 제한하는 급여 기준 신설을 검토 중인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CWI는 현재 기존 치료 방법인 PCA와 함께 다중모드 진통법으로 주로 사용돼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통증 조절 효과에 있어서도 기존 통증 조절 방법과 동등 이상의 효과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번 급여 기준이 신설되면 추후 산모 요청이 있더라도 두 가지 시술법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앞선 설문에서 추가적으로 ‘무통주사와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을 동시에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정책 변화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약 78%가 동의하지 않았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으로 인한 고통을 두려워하는 산모의 입장과 편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7월 1일 병용 제한 행정고시를 앞두고 맘카페를 중심으로 정부의 이번 방침이 저출산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국민청원까지 진행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장 의견을 고려해 PCA와 CWI의 병용 시술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 산부인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제왕절개 후 통증 조절을 위해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량을 감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로, 이러한 점에서 CWI를 기존 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약물 사용량을 감소시킨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며 “신생아에게 마약성 진통제가 전달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산모에게는 통증을 줄여 조기 보행을 가능하게 해 더 빠른 회복으로 아이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등 분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 및 산후 우울감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병용 요법으로 산모들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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