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서 씻고 닦고 청소…일상 괴롭하는 강박장애

신영경 기자 2024.06.14 09:12

초기에 약물치료·인지행동치료 병행해야 효과적

원치 않은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의지와 상관 없이 지속적인 생각이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반복해 고통을 겪는 상태다. 강박장애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강박장애는 고통스러운 증상이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치료를 하면 대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이나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박장애는 유형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유형으로는 ▶오염에 대한 강박적 사고 유형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유형 ▶물건을 정리하는 유형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유형 ▶물건을 수집하는 유형 등이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오염에 대한 강박적 사고다. 특별히 더럽지도 않은데 씻거나 닦고 청소하는 강박행동이 나타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고, 1~2시간 동안 샤워를 하기도 한다. 더럽다는 생각에 문고리를 잡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 물건을 잘 만지지 못한다. 남들이 내 물건을 만지면 발작하듯 불안이 증폭되기도 한다.

지속 확인 유형은 자신의 행동이 의심돼 자꾸 확인하려고 한다. 외출 시 문단속을 했는지, 가스 불과 수도를 잘 잠갔는지 반복해서 확인하는 경우다. 지속적으로 어떤 실수나 사고를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확인했는데도 예방하기 위해서 또 확인하려 한다. 물건 정리 유형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물건을 배열하거나 정리해야 한다. 특히 대칭에 신경 쓴다. 배열이 조금만 어긋나도 불안하고 누군가 흩트려 놓으면 못 견디기도 한다.

특정 행동이나 언어를 반복하는 유형도 있다. 이를 ‘강박적 의식’이라고도 한다. 특정 숫자를 반복해서 세어야 하거나 뭔가를 하기 전에 특정 말 또는 특정 의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건 수집 유형은 ‘저장 유형’으로도 불린다. 어떤 물건이든 언젠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둔다. 집에 있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 눈에 띄는 쓰레기까지 주워 모아두기도 한다. 누군가 이를 몰래 버리면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생활공간이 좁아지고 비위생적이더라도 이러한 저장 행동을 고치지 못한다.

강박장애는 치료가 필요한 정신 질환이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약물로는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는 강박 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시킨 후 회피하거나 강박 행동을 못하게 하는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과 비합리적인 생각을 변화시키는 ‘인지 재구조화’ 기법이 쓰인다. 이 교수는 “강박장애는 갈수록 일상생활에 지장이 커지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강박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치료 방법을 알리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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