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 많이 탄다? 신체 변화로 살핀 건강 문제

김선영 기자 2024.06.13 09:24

특정 질환이 체온 조절에 영향…동반 증상 면밀히 관찰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있다. 더위를 많이 탄다고 건강이 나쁜 건 아니지만, 평소와 달리 더위를 참기 힘들고 땀이 유독 많이 난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더위에 갑자기 나타난 몸의 변화로 알아볼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정리했다.

 
갑상샘: 유난히 땀 많고 단기간에 체중 감소

갑상샘은 목 중앙에 나비 모양으로 생긴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샘 호르몬을 배출해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 이 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면서 몸의 에너지가 빨리 소모돼 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이다.


갑상샘 호르몬은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생성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능이 떨어지면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대사가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열이 많아지고 더위를 많이 타며 땀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갑상샘 기능이 떨어지면 심박 수가 빨라지고 혈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숨이 차고 신경질을 자주 내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식욕은 늘어도 체중이 줄고 설사·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 역시 보인다. 증상이 심하면 안구 돌출, 안구건조증, 충혈이 발생하거나 갑상샘 부위가 커지기도 한다. 여성은 월경량이 줄거나 없어질 수 있고 남성은 드물지만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나충실 교수는 “여름이면 대부분이 체온 조절을 위해 땀을 많이 흘린다”며 “그러나 유난히 땀이 많이 나고 단기간에 몸무게가 줄어든 사람은 갑상샘 기능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경기: 얼굴 쪽의 심한 열감과 홍조

중년 여성의 경우 얼굴 쪽에 열이 쉽게 오르고 더위를 심하게 느낀다면 폐경기의 혈관성 증상일 수 있다. 열성 홍조는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폐경기 증상이다. 얼굴과 목, 가슴 상부에 열감과 홍조가 올라오고 맥박이 증가하며 땀이 난다.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지는 두근거림이나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주로 이른 저녁 시간에 많이 발생하며 불안하고 흥분된 상태이거나 더운 날씨일 때,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었을 때,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자주 나타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김주영 교수는 “폐경기 증상은 에스트로겐 감소가 뇌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진다”며 “증상이 심해지고 갈수록 더위에 민감해진다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비만: 열 발산 잘 안 돼 더위에 민감

비만은 체지방의 과잉 축적에 따른 만성질환 상태다. 비만 환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로 인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과도한 체중은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역시 초래한다.


비만은 더위를 타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서영 교수는 “비만 환자는 두꺼운 지방층으로 인해 열 발산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원활하지 않아 더위를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위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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