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써도 슈퍼 버그 감염된다? 항생제 사용 원칙 실천해야

권선미 기자 2024.03.13 11:47

폐렴 등 감염 질환 치료 땐 항생제 감수성 검사 필요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후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됐고 감염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했다. 그런데 항생제를 자주 쓰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인 슈퍼 버그(다제내성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폐렴·수막염·패혈증 등으로 항생제가 꼭 필요할 때 내성으로 약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항생제 내성이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과 올바른 감염 관리법에 대해 짚어 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1. 처음부터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 버그에 감염될 수 있다
(O) 
그렇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진균·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는 능력이다. 유전적 변이나 과거 항생제 노출, 동물 사료, 생활용품 등 무차별적인 항생제 도입으로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교수는 “농·축·수산업, 반려동물 등에 쓰이는 항생제로 일상에서도 항생제 노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사람 간 접촉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연쇄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항생제 노출이 없던 사람도 슈퍼 버그에 감염될 수 있다. 나 혼자 항생제를 덜 쓴다고 항생제 내성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 버그 출현·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쓰는 사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 

Check2.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 전신 상태가 호전되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한다
(X) 
오히려 항생제 내성률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항생제는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일단 항생제를 투약하기로 결정했다면 처방받은 기간 동안 충실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항생제를 먹다가 임의로 남기면 불완전 치료로 내성을 가진 항생제 내성균이 생긴다. 항생제 내성균이 나타나면 자신의 내성 유전자를 전달하면서 확산한다. 결국 치료를 위한 항생제 선택이 어려워진다. 항생제 내성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참고로 감기,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치료에는 항생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Check3. 항생제 내성이 생겨도 다른 항생제로 계속 치료하면 된다
(X) 
물론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다른 항생제로 치료할 순 있다. 그런데 현재 쓸 수 있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면 결국 임상 현장에서 쓸 약이 없는 상황이 된다. 항생제 내성이 무서운 이유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임상시험 등 관련 규제가 까다로운데다 개발해도 내성이 쉽게 생겨 개발 속도가 내성 출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동건 교수는 “한국에서도 다제내성균 치료의 마지막 대안으로 여겨지는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CRE 감염이 늘면서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국내에도 CRE 감염에 활성이 있는 유일한 항생제인 자비쎄프타가 지난해 7월 출시됐다. 올해 2월부터는 그람음성균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자비쎄프타는 CRE 감염 또는 치료가 어려운 녹농균으로 인한 신우신염을 포함한 복잡성 요로 감염에 선호되는 치료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Check4. 한국에서도 CRE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O) 
한국에서도 다제내성균 치료의 마지막 대안으로 여겨지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CRE 감염 건수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CRE 발생 건수는 3만548건으로 2018년(발생 1만1954건)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이 외에도 국내 광범위 항생제 사용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이 늘면서 항생제 사용량이 늘고 여러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CRE 감염증이 증가하는 등 항생제 내성균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Check5. 폐렴 등 감염 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마다 적합한 항생제가 따로 있다
(O) 
사실이다. 그래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 필요하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는 세균이 항생제에 얼마나 감수성을 가지는지, 즉 민감한지 측정하는 방법으로 보통 임상검사실에서 시행된다. 윤영경 교수는 “카바페넴 내성균 감염은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와 차선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균 검사를 통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급여 적용을 받은 자비쎄프타는 그람음성균에서  ▶성인 및 생후 3 개월 이상 소아 환자에서 복잡성 복강내 감염  ▶성인 및 생후 3 개월 이상 소아 환자에서 신우신염을 포함한 복잡성 요로 감염  ▶18 세 이상 성인 환자에서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을 포함한 원내감염 폐렴 치료에 사용 가능하며, 카바페넴 내성균을 포함한 중증 다제내성균 감염증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항생제를 처방할 때 경험적 치료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