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궁금증
1년 가까이 잦은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가 이어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크론병 진단을 받은 34세(남) 환자입니다. 약을 주기적으로 먹어 한동안 괜찮다가 요즘 다시 증상이 악화하고 살도 부쩍 빠져 힘듭니다. 직장 생활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인데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의사의 한 마디
: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
: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균 교수
크론병 환자의 경우 장의 만성적인 염증이 오래가면서 설사와 복통, 체중 감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장의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염증이 계속되면 장벽에 섬유화가 생기고 딱딱해지면서 장벽이 좁아지는 협착이 나타납니다. 협착이 진행돼 소화 중인 음식물이 제대로 통과가 안 될 경우 장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장에 구멍이 나는 장 천공으로 진행하죠. 실제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진단이 늦어지면서 장 천공으로 응급센터를 방문하고 장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크론병으로 진단되기도 합니다.
크론병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켜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치료로 장 내 염증을 모두 호전시키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됩니다. 대장내시경으로 관찰했을 때 장 내 염증이 모두 호전돼 사라진 상태인 ‘내시경적 치유’가 치료의 중요한 목표인 것이죠. 이땐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질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지 않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크론병 치료의 최종 목표죠.
크론병 치료는 다양한 항염증 효과가 있는 약을 단계적으로 투여하면서 치료하는 전략이 오랫동안 사용됐습니다. 최근엔 체내의 다양한 염증 물질과 경로에 작용하는 표적치료제가 도입되면서 크론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대부분의 크론병 표적치료제는 생물학적 공정으로 제조되는 생물학제제인데 인플릭시맵, 아달리무맵, 베돌리주맵, 유스테키누맵과 같은 약제가 현재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생물학제제들은 각기 다른 약리작용과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생물학제제를 처방할 것인지 고려할 땐 환자가 가진 크론병의 특성뿐만 아니라 기저질환, 나이, 라이프스타일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크론병으로 진단되면 각 분야의 전문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크론병 다학제 진료’라고 합니다. 이런 진료시스템을 통해 크론병 환자와 가족이 현재 상태와 장기적인 치료 전략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서 과도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됩니다. 또 젊은 나이의 환자들이 질병 탓에 위축되지 않고 불안과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 건강한 식습관,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전문 영양사의 영양 상담을 제공하고 흡연하는 환자는 금연 상담을 받도록 합니다.
크론병은 장기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간의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삶 전반적인 케어가 가능한 병원이면 더욱 좋겠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는 2015년 5월 19일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에 설립됐습니다. 젊은 크론병 환자들이 질병 치료 때문에 학업과 직장을 빠져야만 하는 부담 없이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토요일 염증성장질환 클리닉’을 국내 최초로 시작한 이래,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크론병 환자의 ‘사회심리학적 지원사업’의 도입, 진료와 중요 진단 검사를 하루에 모두 마치는 ‘염증성장질환 원데이클리닉’까지 혁신적 진료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시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론병 신약 임상시험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크론병 환자들에게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을 통한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은 공감과 신뢰라는 센터의 핵심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