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해결책 '가임력 보존 치료' 건강한 출산까진 담보 못해

박정렬 기자 2017.02.09 11:21

여성에 신체·경제적 부담 적지 않아 "전문의와 상담 후 선택을"

늦은 임신·출산을 계획하는 경우 한 번쯤 고민하는 치료가 바로 가임력 보존 치료다. 임신 능력(가임력)이 줄기 전 미리 난자·정자를 채취해 가임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를 말한다. 과거에는 암·부인과 질환 환자가 주요 대상이었지만, 늦은 결혼과 임신을 이유로 일반인이 치료를 택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가임력보존센터 정경아(산부인과) 센터장은 “가임력 보존 치료가 미래의 임신을 돕는 '보험'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라 진단하면서도 "그러나 이 역시 시간과 비용, 체력적인 투자가 필요한 '치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가임력 보존 치료, 男女 모두 시행 가능
사춘기 이후 평생 새로운 정자를 생산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그 수가 결정돼있고 갈수록 수가 준다.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와 함께 난자의 질도 떨어진다. 실제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 가장 높고, 35세부터 급격히 감소해 40세 이상에는 약 5%에 불과하다.

 

이런 '세월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가임력 보존 치료, 구체적으로는 '동결 보존'이다. 젊을 때 건강하고 질 좋은 난자를 냉동 시키거나, 정자와 수정한 배아를 얼려 보관해 가임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난자 세포내에 존재하는 수분을 고체(얼음 결정)가 아닌 유리화 상태로 보존하는 '유리화 동결법'이 개발되면서 임신률은 동결하지 않은 신선난자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임력 보존 치료를 꼭 여성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도 암 치료에 따른 정자 기형, 정자 수 감소, 무정자 등이 우려될 때 시행할 수 있다. 남성의 가임력 보존 치료는 병원이나 집에서 소독된 용기에 정액을 받아 검사 후 동결하면 돼 여성보다 과정이 훨씬 간편하다. 단, 가정에서 채취하면 한 시간 내에 병원을 방문해야 해 가정보단 병원에서 시행하는 편이 낫다. 

 

가임력 보존 치료 '건강한 출산'까진 담보 못 해
난자의 동결-해동후 임신율, 태아 기형아 가능성은 난자를 동결할 때 나이에 좌우된다. 빨리 준비할수록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가임력 보존 치료가 '건강한 출산'을 보장하진 않는다. 정경아 센터장은 "건강한 난자와 정자로 임신에 성공한다 해도 태아가 자라는 모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임신 중 합병증 증가 등을 이유로 건강한 출산이 어려울 수 있다"며 "가임력 보존 치료를 안심하고 출산을 미루는 방법 정도로 오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가임력 보존 치료 과정에서 월경주기와 무관하게 과배란 유도를 하기도 하는 데, 이를 위해 1~2주에 걸쳐 매일 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 과정과 비용적인 부담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정경아 센터장은 "임신 합병증과 유산, 미숙아 출산 위험을 낮추려면 평소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또 가능한 빨리 자연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며 "치료를 선택하기 전 자신에게 이 치료가 꼭 필요한지,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할지 등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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