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연령 늦어져 난임 늘어…부부 팀플레이로 극복을

중앙일보헬스미디어 2016.07.04 15:02

박이석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장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본 적이 있다.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아이템이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론 지금 우리의 삶과는 많이 달라 어색하기도 했다. 
 
실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산업화와 경제 발달, 도시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일과 역할은 매우 복잡해졌다. 길어진 교육 기간과 심해지는 사회 경쟁적 분위기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일은 점차 남의 이야기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2.2세, 여자가 29.6세로 20여 년 전에 비해 각각 3.8세, 4.3세 많아졌다. 남녀의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여성의 초산 연령대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 몇 년간 난임 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난임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함께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난임 환자는 부부 중 한쪽, 특히 부인이 먼저 병원을 찾아 검사한 후 남편이 따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난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요즘은 적지 않은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는다. 주5일 근무하는 직장이 많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난임 치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부가 난임 문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행동’이며, 각자의 의학 정보를 서로에게 제공하고 공유하겠다는 ‘동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부부라고 해도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배우자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가 없다.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부부는 기초 난임 검사를 받는다. 호르몬 검사, 자궁 난관조영술(나팔관 검사) 그리고 정액 검사 등이다. 부부가 처음부터 병원 방문을 함께하면, 각자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서로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난임 검사와 치료가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쉽게 이해하게 된다. 나아가 이번 주기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다음 주기에는 어떤 치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상의하면 주치의가 제시한 치료 방법에 대해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난임은 부부 중 어느 한 사람만 검사하고 치료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난임 치료는 부부가 같이 참여하는 ‘팀플레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지지가 필요하다. “나는 정상이니 너만 치료받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와 태도는 난임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난임 치료를 받고도 임신에 실패한 부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갈라서는 경우를 보곤 한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을 텐데, 난임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족 문화에서 양가 부모나 친척들의 부주의한 말과 행동이 이혼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난임 극복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도전이다. 난임 극복을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사랑으로 지지해줘야 한다. 함께 난임 치료에 참여해야 한다. 난임 검사 후 원인이 발견되더라도, 어느 한쪽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부부 모두의 문제로 삼고 해결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함께 노력하는 ‘팀플레이’는 난임 극복의 첫걸음이다. 
 
박이석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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