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 바이러스 감염 조심

민영일 원장 2017.01.09 09:43

민영일 원장의 [내과 진료실에서 쓰는 이야기]

 

추운 겨울철이나 환절기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감기에 자주 걸리듯, 바이러스 질환에도 잘 걸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이러스가 피부점막이나 손상된 피부에 노출되었을 때 감염이 일어나는데, 감염된 당시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 감염 직후에는 피부의 표피와 진피 부위에서 증식한 수 신경세포 속으로 침투하게 되며, 증상이 없는 잠복 상태로 존재하다가 어떠한 자극으로 인해서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신경을 타고 특정한 부위로 이동하여 그 부위에서 증상을 드러낸다. 대개 물집, 즉 수포가 무리를 지어 마치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어 육안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1형과 2형 바이러스가 대표적인데, 1형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증은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감염시에는 구내염이나 인후두염 등으로 나타나는데, 재발하는 경우에는 주로 입술, 입술 주변, 구강 내 점막, 입천장 등에 단순포진이 발생한다. 1형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증은 열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 등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연고, 알약, 정맥주사 등 여러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점막이나 피부에 수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그 정도 및 기간을 줄이는 치료이지 신경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까지 완벽하게 제거하는 치료는 아니다. 따라서 치료 후 해당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헤르페스 감염증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헤르페스 감염에 대해 입술 물집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증상이 번지거나 악화될 수 있으므로 입 주위의 단순 물집 수준에서 벗어나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에 의한 치료가 필요하다.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은 외부 성기 부위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성접촉이 원인이 되며,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심한 통증이 동반되거나, 여성의 경우 질 내부로도 번질 수 있다. 재발하기도 쉽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하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주의해야 하는 바이러스 질환 중 대상포진도 빼놓을 수 없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소아기에 감염되어 수두를 일으킨 뒤 신경을 타고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상태로 존재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신경절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 증상을 나타내는 것. 보통 피부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며 가려움증 및 통증을 동반한다. 수포는 대개 2주에 걸쳐서 변화하는데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 후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된다. 대개 피부에 수포나 딱지가 모두 없어지면 통증도 없어지지만, 노인 환자의 30%에서는 피부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대상포진성 통증이 남는다. 일부에서는 통증이 수 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가 매우 특징적이므로 대개 증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통해 치료하는데, 치료를 시작하면 빠르게 치유되지만 피부의 수포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하여 곪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상포진은 대부분의 경우 병적인 증상은 피부에 국한되어 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있는 환자에서는 시각장애, 운동신경 마비, 사망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발병 초기부터 치료를 하도록 한다.

 

희망적인 것은 대상포진의 경우 예방백신이 개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접종할 경우 대상포진 발생률은 절반으로 떨어지며,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40% 가량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50대에서는 백신의 유효성이 70% 정도로 높다는 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거의 걸리지 않으므로 백신접종은 50세 이상에서 1회 접종할 것을 권한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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