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에 사는 홍지욱(62·가명)씨. 10여 년 전부터 이따금 찾아오던 허리통증이 반년 전부터는 의자에 앉지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결국 큰마음을 먹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경을 압박하던 디스크는 잘 제거됐다. 그러나 수술 후 왼 다리가 시리고 저린 감각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없어지지 않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없이는 하루도 편치 않다. 수술 전과 비교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만 날뿐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척추수술 환자는 최근 8년간(2006~2013년) 9만292명에서 16만3518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에는 홍씨와 같이 척추 수술이 제대로 마무리됐음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이라고 알려진 이 질환은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의 19~46%가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수술 환자 19~46% ‘수술 후 통증’ 경험
수술 후 4~6주가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분류한다. 이때 통증이 중추신경계를 지속 자극하면 통증의 강도가 매우 심해진다.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만성통증 환자의 절반은 신경병증성 통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통증은 통증의 원인만 제거하면 금세 사라지지만, 신경병증성 통증은 그 자체로 질환이 된다. 신경이 손상됐거나 이로 인해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척추에서 시작된 신경병증성 통증은 주로 말초신경 경로를 따라 다리 통증으로 나타난다.
척추수술 후 신경병증성 통증은 오랜 기간에 걸쳐 신경압박을 받고서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간혹 사고로 발생하기도 한다. 수술과정에서 유착되거나 수술로 삽입된 기구가 신경을 자극한다.
삶의 질 크게 저하…불면증·우울증 유발
문제는 신경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지속적으로 심해진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건 당연하다. 실제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생활, 통증·불편함, 불안·우울로 이뤄진 ‘삶의 질 평가’에서 신경병증성 환자는 1점 만점에 0.49점을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 통증 환자(0.55점)보다 낮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수면장애나 우울증 같은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을 가진 만성요통환자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10명 중 9명(87.7%)은 둘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나 불면증이 58.5%로 가장 높았고, 우울증 51.9%, 긴장성 두통 46.2%, 불안증 45.3% 등이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수면장애를 측정하는 SPI(Sleep Problem Index)의 경우 일반인은 25.8점인 데 비해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는 평균 54.7점으로 2배 이상 높았다. 통증이 심각한 환자는 64.7점이나 됐다. SPI지수는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석한다.
약물치료+운동치료로 적극 관리해야
척추수술 후 통증은 약물요법과 운동치료로 적극 관리해야 한다. 우선 항경련제, 근이완제를 처방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시도한다.
전문의들은 근육을 강화시켜 척추를 지지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운동을 할 때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숙이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운동 중 강한 통증이 발생했다면 즉시 중단하는 게 좋다.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면 신경차단술이나 척추자극술 같은 비수술적 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척추신경외과 김진성 교수는 “최근 척추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술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신경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어버리고 반영구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척추수술 후 통증이 발생했더라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단계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