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장·노년층, 걷거나 허리 뒤로 젖힐 때 통증 심하면 의심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그 안에 있는 신경이 눌려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으로 요양 기관을 찾은 이들이 약 148만 명으로 전년(135만 명) 대비 약 13만 명이 늘어 7.3%의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 진료 인원을 살펴보면 7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32.6%를 차지하며 가장 많고 뒤이어 60대(30.1%)> 50대(18%)> 80세 이상(11.9%) 순으로 나타나, 60세 이상의 환자가 전체 진료인원의 70%를 웃돈다. 또한, 성별로 보면 여성이 약 93만 명으로 전체 진료인원 중 약 64%를 차지해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욱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대목동병원 척추센터장 고영도 교수는 “디스크는 10~30대의 젊은 층을 비롯해 환자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장·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평소 본인 혹은 부모님이 걸으면 엉치뼈가 빠질 것 같거나 종아리가 터질 듯이 아프다가 쭈그리고 앉아 허리를 굽히고 있을 때 보다 편안함을 느낀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빠른 진단, 꾸준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개선 가능
조금만 걷거나 서 있어도 통증이 악화돼 통증 감소를 위해 오히려 허리를 굽히고 걷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는 척추관협착증은 쉽게 말해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처럼 척추관협착증은 질환 발견과 치료가 늦어져 증상이 악화된다면 만성 통증과 함께 야외 활동 제한으로 인한 우울증을 유발, 심한 경우 다리의 감각이 떨어져 낙상 위험이 커지는 등 평범한 일상을 앗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고령의 경우 노화에 따른 혈관 질환에 의한 다리 통증과 척추관협착증을 혼동하기 쉬운데, 질환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른 만큼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수다.
대개 허리를 숙여 언덕을 오르는 게 편하거나 허리를 구부려 자전거를 탈 때 통증이 덜하다면 척추관협착증으로, 동일하게 움직였을 때 다리가 지속적으로 아프다면 혈관 질환에 의한 다리 통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오해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활습관 개선이나 운동, 물리치료, 약물치료와 같은 비수술적(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단, 급격히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대소변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증상이 크게 약화되었을 때는 환자의 보유 질환과 같은 건강 상태를 살핀 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고영도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와 달리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질환일 뿐 아니라 노화 현상이라 생각해 통증을 참거나 사우나 찜질과 같은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기 쉽고, 여기에 척추 질환의 수술치료에 대한 거부감까지 더해져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며 “척추는 몸의 기둥인 만큼 증상이 의심될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신중히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간혹 증상이 나타날 때 증상 완화를 위해 무작정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또한 의료진과 상의하여 진행하며, 통증이 심할 땐 되도록 몸을 움직이기보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듯한 자세 유지, 근력 키우는 운동...질환 예방 도움돼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듯한 자세와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허리 코어 근육은 척추의 퇴행을 막는 효과가 있으므로, 등이나 허리 주변, 복부 근육을 꾸준히 강화시키기 위한 운동이나 스트레칭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고령 환자는 반드시 주치의와의 논의를 통해 운동 방법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허리를 꼿꼿이 펴면 척추관이 더 좁아져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심해지므로 숙면을 위해서는 척추관이 넓어지도록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양 무릎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거나, 허리를 약간 구부리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