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3스타가 한달 100통 사용하는 한국 조미료는?

배지영 기자 2015.04.20 08:20

'한국인이 사랑한 식품 BEST50' ⓶샘표 간장

배지영 기자의 '한국인이 사랑한 식품 BEST50' ⓶샘표 간장

 

   
 

어린 시절 “슈퍼 가서 진간장 하나 사 와라”라는 엄마의 심부름을 누구나 한번쯤 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일반적인 시판 간장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 '진간장'은 샘표의 대표 제품인 '샘표 진간장'의 브랜드명에서 유래했다. 옛 선조들이 간장의 종류를 지칭하던 말의 하나인 '진장'에서 힌트를 얻어 진한 맛, 정직하고 진실된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시판 간장의 역사는 1946년 광복 후 창립된 샘표에서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시판간장의 역사는 샘표간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샘표에서 간장만 20년 넘게 연구한 샘표기술연구소 최용호 팀장에게 샘표 간장 탄생 배경과 브랜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20년이 넘게 간장과 발효에 대해서 연구하셨다고 들었다.

1991년 입사해 20년 넘게 간장을 비롯한 발효식품들을 연구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는데, 그 때부터 미생물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대기업에서 수질·환경 분야 책임자로 일했었는데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그 뒤 우연한 기회에 샘표에 입사해 콩을 발효하고 미생물을 이용해 제조되는 간장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약을 만드는 것과 같이 간장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일주일에 4일 정도만 집에 들어갈 정도로 열정을 갖고 일을 했다. 제품이 항상 동일한 맛과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미생물 배양과 기타 공정을 표준화·수치화 했는데, 피곤한 것도 잊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간장 제조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나.

간장을 담글 때는 고도의 발효기술이 접목된다. 김치보다 더 오래된 전통 발효 식품이 간장이다. 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간장을 넣으면 콩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상승 작용으로 음식 맛이 깊어지고, 음식 재료가 지닌 맛이 골고루 강조되는 효과가 있다. 또 원하는 음식의 맛이 한결 강조되는 효과가 있어 달콤한 음식에 소량의 간장을 살짝 첨가하면 달콤함이 더 강조된다. 반대로 맛이 거친 요리일 경우 간장이 거친 맛을 억제해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너무 오래 담근 장아찌 같은 절임 음식이나 자반 등 짠 음식에 간장을 넣으면 간장 안의 유기산류가 맛을 순화시켜 한결 맛이 산뜻해 진다. 

우리나라의 간장은 문헌상의 고증(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이 가능한 것으로만 추정해도 최소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다. 

1946년 샘표가 처음 창립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간장은 ‘집에서 담가먹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샘표 간장은 이런 패러다임을 사 먹는 간장으로 바꾸게 한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현존하는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된 상표인 ‘샘표’의 간장은 지금까지 간장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간장에도 종류가 많다고 들었다.

간장은 크게 진간장, 양조간장, 조선간장으로 나뉜다.
진간장은 밀과 콩이 50대 50으로 사용된다. 일본식 간장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져 왜간장이라고 불리지만 열에 강하다. 간장에 열을 가하면 대체로 어느 정도 맛이 변하는데, 진간장은 아미노산 공법이라는 특화된 공법으로 영양학적 손실을 최소화해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따라서 간장게장처럼 간장을 끓여 사용하는 경우나 장조림 등 볶음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양조간장도 밀과 콩을 같이 쓴다. 장기간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감칠맛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이다. 양조간장은 열에 의해 향이 변질되기 쉬우므로 생(生)요리에 주로 쓴다. 잡채나 생선회,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무침·간장 드레싱에 사용하면 좋다. 1989년 처음 출시돼 국민간장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은 '샘표 양조간장 501'은 탈지대두와 통밀을 6개월간의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간장이다.

100% 콩만을 이용하는 한국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을 조선간장이라고 한다. 조선간장의 특징은 염도가 높고, 맛이 깔끔해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또한 색깔이 엷어 음식 본래의 색을 유지하면서 간을 맞출 수 있게 해주는데, 국물요리와 나물무침 등에 적합하다.

이 외에도 샘표는 염도를 낮춘 저염간장, 참숯으로 걸러 맛이 부드러운 참숯간장,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향신간장, 국물요리에 기본으로 사용되는 국시장국 등 다양한 간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00% 콩만으로 만든 조선간장을 대량 생산하는 일을 시작하셨다고 들었다.

콩과 천일염, 맑은 물로만 만든 조선간장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한국 간장의 맥락을 잇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밀을 섞어 단맛을 내는 왜간장(양조간장)과 달리 발효 과정이 까다롭고 단맛이나 감칠맛, 구수한 맛 등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2001년에 국내 최초로 조선간장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는데, 이 결실을 맺기까지 무려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조선간장 복원’에 대한 샘표 박진선 대표의 의지 때문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97년에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첫 제품 개발로 우리 전통의 조선간장 개발을 목표로 삼고 이를 지시했었다.

사실 그 전에도 조선간장에 대해 연구개발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상품성에 대한 반론이 많아서 제품화 되지 못했었다. 박 대표는 당시 “샘표식품은 전통장류식품의 대표기업이고, 우리 간장시장에 1등 기업입니다. 그런데 어찌 아직도 우리 전통 조선간장은 연구 개발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 기술로 우리 간장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개발팀은 전력을 다해주세요”라는 주문을 하셨다. 이후 조선간장의 복원을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맛을 표준화시키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 과거엔 간장을 만들 때 발효과정이 각각이었다. 발효에 작용하는 곰팡이 등 미생물 컨트롤은 물론 온도 등 변수도 조절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집마다 혹은 해마다 장맛이 달랐다. 그러니 조선간장의 맛이나 향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집집마다 다른 손맛의 다른 간장 맛을 일반화시키는 작업은 굉장히 어려웠다. 지역마다 맛있다는 기준도 달랐다. 이 지역에서 맛있는 간장이 저쪽 지역에선 맛없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국 팔도를 다니며 간장 맛 보러 갔다가, 수차례 쫓겨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들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각 지방의 유명한 종갓집을 다니면서 간장 맛 좀 보자고 하면 다들 이상한 놈 취급했다. 맛의 비밀을 캐간다고 간장 맛도 못 보게 하는 집도 있었다. 결국 간장 중에 최고의 간장은 궁에서 먹던 간장일 거라는 생각에 궁중에서 만들던 레시피 그대로를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이번에는 ‘맛 잡기’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맛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조선간장 고유의 쿰쿰한 냄새를 그래도 복원하자니 사람들이 싫어하고, 그렇다고 그 냄새를 없애자니 조선간장 맛이 제대로 안 나는 것이었다. 당시 샘표식품은 창동에 위치했었는데, 조선간장의 맛 품평을 위해서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사 들고 동네 아파트를 다니면서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간장 맛의 평가를 부탁했다. 한여름에 간장 병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간장 맛 좀 보라고 하면, 문도 안 열어 주는 집도 있었다. 그래도 당시 동참해주신 주부들 덕분에 조선간장의 맛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샘표 맑은 조선간장’이 탄생했다. 뿌듯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조선간장의 이미지를 더욱 살리기 위해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최초로 도입하고, 지금은 일반화된 원터치 캡도 처음 적용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에센스 ‘연두’도 그 조선간장 복원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들었다.

연두는 새로운 맛내기 제품이다. 자기 맛을 내기 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고, 요리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조선간장의 콩 발효의 기술이 담겨있다. 샘표는 60년 넘게 축적해온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콩발효 기술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2009년 차원이 다른 콩 발효액 연두를 개발했다. 연구·개발에도 그만큼의 품이 들었다.

보통 간장은 곰팡이와 효모, 유산균, 고쵸균 등 살아있는 미생물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맛ㆍ향ㆍ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곰팡이는 맛을, 효모는 향을, 유산균은 색을 좌우한다. 간장의 발효 기술은 이 균들을 적절하게 배합해 발효하는 ‘복합발효’이기 때문에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요리 에센스 ‘연두’는 ‘3단계 복합 발효’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연두에는 콩을 발효해 얻은 천연의 맛 성분(펩타이드,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주면서 전체적인 요리 맛까지 조화롭게 해준다. 콩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해야 다른 맛과 차이가 나면서 우리 고유의 '감칠 맛'을 낼 수 있는데,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기술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잘 바꾸는 게 어렵다. 연두는 오랜 기간 발효 기술만 연구해 온 샘표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3단계 복합 발효 과정이란 무엇인가

콩은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맛의 효과가 더욱 상승하게 된다. 흔히 감칠맛이라 하는 ‘저분자 펩타이드 아미노산’ 함량이 매우 높은데, 연두에는 이런 감칠맛을 내는 성분의 함량이 쇠고기·표고버섯·새우의 3배 이상, 멸치의 2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콩을 발효하게 되면 맛내기 성분과 함께 콩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풍미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발효과정을 통해 맛의 깊이와 강도가 높아지며, 맛을 조화롭게 해주는 효과가 생긴다. 일명 ‘발효의 맛’이라고 하는데, 발효식품들의 맛이 깊고 풍부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발효의 맛을 내는 과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환경에 민감한 미생물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온도, 습도, 압력, PH, 빛 등)을 다스릴 줄 아는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발효노하우의 핵심은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기술력이다.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한 가지 균으로 발효하는 와인과 달리 간장은 여러 가지 다양한 미생물인 곰팡이, 효모, 유산균을 복합적으로 발효해 만들어내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발효과정을 거친다.

요리에센스 연두는 자신의 맛을 강조하지 않고 요리에 들어간 각각의 재료들의 맛을 더욱 살려줘 요리의 맛을 좋아지게 한다. 연두의 이러한 맛내기 비법은 콩 발효에 있다. 연두는 콩, 천일염, 깨끗한 물만을 원료로 식물성 유산균, 효모, 누룩을 이용한 ‘3단계 복합 발효’ 과정을 거쳐 얻은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들이 요리 재료가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을 그대로 살려주면서 전체적인 요리의 맛을 더욱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해 준다.

3단계 복합 발효 과정이란 누룩, 유산균, 효모를 단계적으로 발효하는 방식으로 누룩발효를 통해 콩 단백질로부터 맛 성분을, 유산균발효를 통해 다양한 유기산 성분을 그리고 효모발효를 통해 다양한 향기성분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러한 연두의 3단계 복합 발효과정에는 유산균만으로 발효하는 요거트나 효모만으로 발효하는 와인, 맥주 등과는 달리 더욱 복잡하면서도 높은 발효기술이 요구된다.

-유럽 유명 셰프들도 연두를 쓴다고 들었다.

그렇다. 특히 스페인 등 유럽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슐랭 3스타 셰프인 끼께 다코스타는 본인의 레스토랑에서 한달에 100여통의 연두를 직접 사서 쓴다고 들었다. 세계 최고의 요리과학연구소인 ‘알리시아’와 샘표에서 공동연구한 장 프로젝트를 통해 연두를 접하고 난 이후부터다.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최대 식품박람회인 ‘알리멘타리아’의 샘표 마스터 요리 워크샵에서 샘표의 연두를 이용해 만든 토끼고기와 콩 수프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다코스타는 콩을 발효해 만든 연두는 요리의 본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마지막 맛의 2%를 채우는 ‘매직 소스’라는 극찬을 했다.

-좋은 간장을 고르는 법이나 보관법에 대한 팁을 주신다면?

맛있는 간장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용기 뒤에 써 있는 ‘T.N(Total Nitrogen)’을 확인하는 것이다. T.N.지수는 총 질소 함유량을 지칭하는 말로서 간장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아미노산’의 함량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간장 맛의 기본을 구성하는 것은 콩 단백질에서 유래된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인데, T.N. 값이 높을수록 간장 내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것을 의미하므로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지닌 고급 간장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T.N. 1.6% 이상을 특선간장 (샘표 양조간장 701 – T.N 1.7%), T.N. 1.5% 이상을 특급간장 (샘표 양조간장 501 – T.N 1.5%), T.N. 1.35% 이상 을 상급간장, T.N. 1.2% 이상을 표준간장이라 한다.

또한 간장은 공기에 접촉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맛과 색이 변질된다. 따라서 사용한 후 뚜껑을 바로 닫아주는 것이 좋으며, 처음 제품을 개봉한 후 3개월 내에 먹는 것이 좋다. 또 보관 시에도 가정에서는 보통 싱크대 밑에 간장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 내 싱크대 밑은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장소로 간장의 보관장소로 부적절하다.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부득이하게 실온에서 보관할 경우엔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의 맛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가 처음 간장에 대해서 연구하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발효 기술은 시간적ㆍ문화적 가치만 논하는 데 그쳤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맛이 왜 좋은지, 왜 건강에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 방법들을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생물 발효 기술을 이용한 천연 맛 소재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발효기술을 토대로 간장 등을 기초로 만들어낸 조미소재와 건강소재 등 신소재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특히 조선간장을 기반으로 만든 조미소재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한국적인 맛의 정체성을 부여해줬다. 현재 소재의 원료를 콩을 비롯한 곡물 뿐 아니라 채소, 수산으로까지 넓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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