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투 유전자 있으면 유방암 재발·전이 더 흔해

권선미 기자 2024.09.11 08:26

음성이어도 저발현 상태면 표적 치료 가능

유방암은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한 해에만 2만 여명 이상이 새롭게 유방암으로 진단받는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10명중 9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 10년 생존율도 89.3%로 높다. 그런데 똑같은 유방암이라도 늦게 발견하면 돌변한다. 유방에서 발병된 암이 뇌 등 전신으로 전이된 4기 전이성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45.2%, 10년 생존율은 22.2%에 불과하다. 유병기간이 긴 유방암은 암세포 성장 속도가 느려 10년이 지나서 재발·전이되는 경우도 많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에게서 전이성 유방암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도 재발·전이가 더 잘 되는 유형이 있다


O 암세포에 ‘허투’라고 하는 인간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 이하 허투)이 발현된 유방암 환자다. 일반적으로 조기 유방암 환자가 적절한 유방암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98.9%에 달한다. 그런데 조기 유방암 환자의 20~30%는 재발을 경험한다. 특히 허투가 발현된 유방암 환자의 경우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서 재발과 전이가 더 흔히 나타나고 예후 또한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허투가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허투 양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빠른 시일 내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Check 2. 유방암 진단 후 두통·어지럼증 있다면 뇌 전이를 의심해야 한다

O 뇌 전이는 유방암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전이 형태 중 하나다. 유방암 환자의 약 14.2%에서는 임상 경과 중 뇌 전이가 발생한다. 유방암 뇌 전이 환자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두통이다. 이 외에 인지 장애, 시야 장애, 반신마비, 실어증도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어지럼증, 청력 저하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허투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뇌 전이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 중 1명(11.45%)은 뇌 전이를 함께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Check 3. 유방암 치료를 위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패널 검사는 필수다

X 폐암과 달리 유방암 치료에서는 종양에서 허투 수용체가 얼마나 많이 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허투가 조금만 발현되도 치료 가능한 ADC 항암 신약(엔허투,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나오면서 나타난 변화다. 허투 발현 수준이 높을수록 치료 효과가 우수하지만, DESTINY-Breast04 임상 연구를 통해 허투 발현도가 낮아도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허투 발현 여부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유방암 분류도 허투 발현 정도에 따라 ▶‘IHC 3+ 또는 IHC 2+이면서 ISH 양성(+)’인 경우 허투 양성 유방암 ▶‘IHC 1+ 또는 IHC 2+이면서 ISH 음성(-)’인 경우 허투 저발현 유방암 ▶‘IHC 0’인 경우 허투 음성 유방암으로 세분화했다. 참고로 전체 유방암에서 허투 양성 유방암은 15~20%지만, 허투 저발현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가 50~80%까지 넓어진다. 기존엔 허투 음성으로 분류됐던 그룹도 허투 저발현 그룹일 수 있다. 

유방암은 허투 발현 정도에 따라 세분화된다.
 

Check 4. 전이성 유방암은 허투 발현 정도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O 똑같이 유방에 생긴 암이더라도 모두가 동일한 양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이성 유방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암의 성격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일 경우 호르몬 치료, 허투 양성일 경우 허투 표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특히 전이성 유방암의 표적 치료 여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은 암세포의 성장 및 분열에 작용하는 허투 수용체의 발현 여부다. 허투 양성 유방암의 표준 치료 방법은 허투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ADC 항암 신약인 엔허투의 등장으로 유방암 기본 조직 검사인 IHC 검사와 ISH 검사를 통해 허투 유전자가 암세포 표면에서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허투 표적항암제로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Check 5. 전이성 유방암도 완전 관해가 가능하다

O 엔허투를 활용했을 때 전이성 유방암 환자 5명 중 1명(21%)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관해를 보였다. 특히 허투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기존 2차 치료제 대비 생존 기간을 4배 이상 연장했다. 치료가 어려웠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완치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 임상 연구에서 전이 단계에서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 557명(한국인 57명 포함)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엔허투 치료군은 확정된 전체 반응률(Confirmed ORR)이 52.6%로 기존 화학요법군(카페시타빈/에리불린/젬시타빈/파클리탁셀/탑파클리탁셀 등) 16.3%와 비교해 3.2배가량 높았다.

Check 6.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표적 치료를 받을 수 없다

허투 발현 정도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존 허투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했던 허투 표적항암제는 허투 저발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허투 저발현 유방암 환자도 허투 음성으로 간주됐다. 최근 허투 유전자가 조금만 발현된 유방암 환자에서도 ADC항암 신약의 항종양 효과를 최초로 확인하면서 유방암 환자 분류 기준이 바뀌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어도 허투 저발현인 경우에는 ADC항암 신약으로 표적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2022년 8월 허가 받았고, 국내에도 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통해 기존에 표적항암제 사용이 어려워 치료에 한계가 있었던 국내 허투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도 허투 표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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