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는 식물이 있다. 바로 콩이다. 콩을 이루는 성분의 40%가 식물성 단백질인데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여졌다.
그간 콩의 단백질은 한두 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빠진 '불완전 단백질'로 통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 콩에 트립토판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행란 농식품자원부장팀이 국내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대표 국산 콩 네 종류(백태·서리태·흑태·서목태)의 단백질·아미노산 함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콩의 종류 및 조리방법에 따른 단백질·아미노산 함량 변화를 주제로 한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단백질 함량, 서리태>서목태>흑태>백태 순
우리 국민의 선호도가 높은 네 가지 콩 중 단백질이 가장 많이 든 것은 서리태(100g당 43.1g)였다. 다음은 서목태(42.7g)·흑태(40.9g)·백태(40.8g) 순이었으나 종류 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콩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단백질 함량이 크게 차이를 보였다. 삶은 콩→볶은 콩→생 콩 순서로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었다. 콩을 삶거나 볶으면 생콩에 비해 콩을 삶으면 6∼7%, 콩을 볶으면 2∼3% 단백질 함량이 늘었다.
김 부장팀은 논문에서 "콩에서 트립토판이 일체 검출되지 않았던 기존 연구결과와 달리 이번에 분석한 4종의 콩에선 모두 미량(콩 100g당 0.4g)의 트립토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필수 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만드는 재료다. 체내에서 비타민 B군의 일종인 나이아신(niacin)으로 전환돼 나이아신 결핍증상, 즉 펠라그라(pellagra) 예방을 돕는다.
식품에서 이용되는 아미노산(단백질의 기본 물질)은 모두 20가지. 그 가운데 체내에서 충분한 양이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것을 '필수아미노산'이라 부른다. 콩에 가장 많이 든 아미노산은 글루탐산(100g당 약 7g)이고, 가장 적게 함유된 아미노산은 트립토판·메티오닌이었다. 글루탐산은 MSG의 핵심 성분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우리 콩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대두 단백질, 소화 잘 되고 흡수 빨라
콩 중에서도 대두의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체내 소화·흡수가 빠르고 잘 된다. 이는 단백질의 소화·흡수율 평가 수치인 PDCAAS로 입증할 수 있다.
콩의 PDCAAS 수치는 1.0으로 달걀 흰자나 우유와 같고 쇠고기보다 높다. 그만큼 흡수가 빠르다. 단백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 필수아미노산의 균형을 나타내는 아미노산스코어다. 식물성 단백질 중 아미노산스코어가 가장 높은 것이 대두 단백질이다. 대두 단백질은 근육을 성장·발달시키고 LDL-콜레스테롤과 지방 수치를 낮춰 체지방 감소를 돕는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엔도르핀·세로토닌 등 뇌 신경전달 호르몬이 생성되는 것을 돕고 항암효과를 발휘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의 갱년기 질환 예방에도 작용한다. 2006년 독일의 의학저널 '암 원인과 조절'에는 25~74세의 캐나다 여성 중 사춘기 시절 콩 위주의 식단으로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한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콩은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 로버트 브루머 박사에 따르면 대두 올리고당이 발효될 때 만들어지는 산성 물질이 대장암 유발물질을 없애 장세포가 암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냈다. 콩에 풍부한 비타민B군과 비타민E는 피부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부 노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콩의 레시틴은 뇌의 기억력을 좋게 해주는 정보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원료다. 레시틴은 기억·집중력을 높이고 노인성 치매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치매환자에게 대두 레시틴 성분 중 포스파티닐세린을 공급하고 있다. 콩의 레시틴은 혈액 속 중성지방을 없애고 혈소판 응집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