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담배 탓일까…여성 환자 90%는 비흡연자

권선미 기자 2024.10.14 11:21

EGFR 변이 폐암 바로알기

폐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다. 예전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암 사망자 중 폐암 환자의 비중이 가장 높다. 초기 증상이 없는 폐암은 진행성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 진단 때부터 뇌 전이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만큼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가 불량하다. 최근엔 표적치료제를 통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세훈 교수에게서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과 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해 짚어본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폐암은 흡연자만 걸린다

X 대표적인 오해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 맞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 높다. 그런데 폐암으로 진단받는 환자 10명 중 3명은 비흡연자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 폐암 환자의 약 90%는 비흡연자다. 미국·유럽의 경우 여성 폐암 환자의 20~30%만 비흡연자임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폐암은 흡연 외에도 가족력, 간접흡연, 미세먼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폐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Check 2. 폐암으로 확진되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O 그렇다. 폐암은 같은 장기에 발생한 암이라도 암의 종류,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이 달라진다. 특히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EGFR·ALK·ROS1·BRAF·RET·NTRK·MET 등 표적 치료가 가능한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존재한다. 이중 EGFR은 비소세포폐암 중 가장 흔한 선암에서 주로 발견된다. 비흡연 여성 폐암에도 많이 나타나는 변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선 유전자 검사를 통한 유전자 변이 여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GFR 변이는 여러 유전자 변이 중 가장 흔한다. 비흡연 여성 폐암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EGFR 변이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면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Check 3. 폐암인데 두통·구토·식욕부진 증상이 있다면 뇌 전이를 의심한다

O 폐암으로 인한 뇌 전이의 대표적인 증상이 두통·구토·식욕부진이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55~80%는 첫 진단 당시부터 국소적으로 진행됐거나 전이가 일어난 상태다. 그런데 전이가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곳이 뇌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5명 중 1명은 폐암 진단 초기부터 뇌 전이 동반이 관찰된다. 또 진단 당시 뇌 전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44%는 치료 중 뇌 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폐암으로 진단받으면 진단 시점에 뇌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 중이라도 뇌전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뇌 전이 폐암은 4기에 준해 치료·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Check 4. 폐암 초기라면 수술 후 추가적은 보조 치료는 필요 없다

X 폐암 초기라도, 수술 후라도 암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적 처치인 수술 후 보조요법은 필요하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승인된 수술 후 보조요법은 EGFR-TKI인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이 유일하다. 임상 3상 연구에서 1B~3A기 환자에서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3% 줄인 것을 확인했다. 오시머티닙은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1차 치료로 적용했을 때도 3년 이상 장기 생존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암 치료 지침서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에 오시머티닙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한다. 오시머티닙은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단독 혹은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유일한 치료제다. 

Check 5. 뇌 전이 폐암도 EGFR 표적항암제로 치료 가능하다

O 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한 표적항암제는 높은 혈액뇌장벽 투과율로 뇌 전이 폐암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특히 3세대 EGFR-TKI인 오시머티닙은 기존 EGFR-TKI보다 9배 낮은 농도에서 EGFR 특정 변이에 작용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 특히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오시머티닙 단독 치료는 뇌 전이 환자에서 뇌병변에 대해 약 91%의 반응률을 보였다. 또 기존 표적치료제 대비 52%의 질병 진행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켰다. 오시머티닙의 뇌 전이 폐암 치료 효과는 다른 항암화학 약제와 병용 시 더 높게 나타났다. 3상 임상시험 결과, 뇌 전이 폐암에서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24.9개월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13.8개월) 보다 길었다. 뇌 전이 외에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L858R 치환 변이 폐암에서도 오시머티닙-항암화학 병용요법의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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