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소중한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 위해 사회가 함께 힘써야

김형식 회장 2024.10.10 09:09

한국산후조리원협회 김형식 회장

완연한 가을 날씨와 함께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이 다가왔다.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로, 최근 국내 저출산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만큼 전국민적인 주목이 필요한 날이다. 임신과 출산은 한 가정에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그만큼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 따르는 고충과 희생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과 떼 놓을 수 없는 고민이라면 단연 ‘자녀의 건강’이다.


자녀의 건강 상태는 한 가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자녀와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은 더욱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필자도 전국 산후조리원의 소식을 경청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신생아의 건강관리다.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팬데믹 시기를 지난 이후 더욱 그렇다. 산후조리원에선 신생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늘 감염병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감염병 통제는 산후조리원을 운영함에 있어 항상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이제 막 태어나 면역력이 약해 각종 감염병에 취약한 신생아를 관리하는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산후조리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다. 바이러스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2세 이하 영유아에서 감염률이 90%에 달하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실제로 RSV는 영유아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의 주요 원인이자 늦가을과 겨울철 영유아 입원의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RSV는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확산과 유행이 흔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독감 등 다양한 바이러스와 함께 유행이 시작해 산후조리원에서도 RSV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정부에서도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예방을 권고한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역시 전국의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감염병과 예방법에 대한 정보를 담은 리플렛과 포스터를 확산하는 캠페인을 통해 감염병 예방에 선제적으로 힘을 쏟는다. 다만 지금까진 국내에 모든 영아를 대상으로 투여 가능한 RSV 예방 옵션이 부재한 상황이었기에 제시된 예방법은 모두 개인위생 수칙 준수에 국한돼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 들려온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 주사의 국내 출시 소식이 더욱 반가운 요즘이다.

지난 4월, 첫 번째 RSV 계절을 맞은 모든 신생아·영아를 대상으로 투여 가능한 RSV 예방 항체 주사가 국내 허가를 받았단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아직은 국내에 출시되길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해외에선 이미 활발히 예방 항체 주사를 활용한단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미국, 스페인 등에선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해당 예방 항체 주사를 도입해 영유아 부모의 가격 부담까지 덜어준다.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이란 국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예방 옵션을 전 영아를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에 정부가 한껏 힘을 보태고 있는 이런 상황이 특히 인상 깊은 이유는 우리나라도 최근 저출산 정책에 많은 노력과 예산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시행 중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자녀의 건강 상태는 부모의 노동 생산성은 물론이고 가정 전반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영유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면 국내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은 물론이고, 부모의 부담 완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산후조리원 문화는 ‘K-산후조리원’이란 이름 아래 전 세계로 수출된다. 그만큼 산후조리원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출산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산후조리원은 막 세상에 태어난 영아가 단체 생활을 시작하는 첫 번째 장소로 산후조리원 역시 신생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적, 전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산후조리원에 입소하게 될 영아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항체 주사를 미리 투여받을 수 있다면 보다 더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임산부의 날을 맞아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임산부의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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