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체감하기 어려운 탈모 관리, 사진으로 기록하면 효과적일까

정의현 교수 2024.09.26 08:57

순천향대 천안병원 피부과 정의현 교수

2023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탈모 관련 환자에서 20~40대의 청년·중년 비중이 약 64% 이상을 차지했고 젊은 층의 탈모 환자 비율과 미용에 관심이 높은 여성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낮아진 환자의 연령층과 여성 비율의 증가는 탈모를 예방하고자 하는 잠재적인 미충족 수요가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 수요는 증가 중인 것으로 생각된다.

탈모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는, 다시 말해 모발이 다시 날 수 있는 비반흔성 탈모와 한번 발생하면 회복될 수 없는 반흔성 탈모로 나뉜다. 반흔성 탈모는 비교적 발생이 적으며 종류가 많은 편이다. 비반흔성 탈모도 종류는 많지만, 흔히 얘기하는 안드로겐성 탈모 즉 대머리, 원형탈모 및 휴지기 탈모가 가장 흔하다. 본인의 탈모 상태를 정확히 피부과 탈모 전문의에게 확인받고 올바른 진단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진단에 따른 치료와 회복 가능성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비반흔성 탈모의 대표 격인 안드로겐성 탈모(남성형·여성형 탈모)는 유전적인 소인과 안드로겐이라고 하는 성호르몬으로 인해 발생한다. 유전적인 감수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DHT라고 하는 성호르몬이 작용해 모발을 점점 짧고 가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모발이 빠지는 숫자가 많이 증가하진 않는다. 엄밀히 말해 빠지는 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발이 가늘어지고 짧고 힘이 없어진다.

주로 사춘기 이후에 서서히 진행하며 남자는 대개 앞머리 선이 M자로 천천히 올라가고 정수리 모발이 줄기 시작해 앞과 윗머리가 적어지거나 소실돼 흔히 말하는 대머리로 진행된다. 여자는 대개 앞머리 선은 유지되지만, 앞쪽부터 정수리 부위까지 모발이 점점 가늘어져 가르마 주변으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양상을 보인다.

탈모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약물치료다. 경구 치료제와 바르는 약제가 있는데, 이들은 가늘어지고 짧아진 모발을 굵고 길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모발 수에만 민감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다가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안드로겐성 탈모에 사용하는 경구 치료제는 기전 상 최소 3~6개월 정도 복용해야 효과가 체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보고 그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병원에 자주 방문해 치료받고 효과를 확인받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최근엔 환자들이 직접 증상 개선을 틈틈이 확인하며 기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생겨서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 오리지널 피나스테리드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밖에서도 복약 관리 및 탈모 치료 과정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환자용 애플리케이션이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됐다.

해당 앱에선 환자가 본인의 두피를 주기적으로 촬영만 하면 자동으로 모발 성장 과정을 월별로, 두피 부위별(윗면, 정면, 우측면, 좌측면)로 그래프를 보여주는 모발 성장 분석을 비롯해 모발 사진 촬영 및 약 복용을 위한 알림 기능 설정, 프로페시아 복용 및 남성형 탈모 질환 관련 정보성 콘텐트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해당 앱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환자들이 추후 병원 방문일 전까지 본인의 탈모 치료 경과를 스스로 확인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복약 순응도도 높이는 복합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탈모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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