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 미루면 치명적인 황반변성, 고용량 주사로 치료 순응도 높여야

권선미 기자 2024.07.04 09:43

[닥터스 픽] 〈124〉 최신 황반변성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진단을 받은 지 1년째인 68세 남성입니다. 현재 안구 내 주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주사를 맞으면 망막에 물 찬 것이 잘 빠지고 시력도 잘 유지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눈에 주사 맞는 것이 부담스럽고 특히 생업으로 따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 진료 일정을 미루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시야가 심하게 뿌옇고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 느낌이 들어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더니, 신생 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정말 실명이라도 할까 봐 두렵고 막막한 마음이 듭니다. 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사를 맞기 위해 2~3개월마다 여러 번 병원을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압구정성모안과 김민호 원장의 조언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안구 내 주사인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Anti-VEGF) 주사로 치료합니다. 망막 아래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을 퇴행시켜 시력 손실을 막아 실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 주사 치료가 신생 혈관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므로 재발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병을 조절해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치료입니다.

처음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커 열심히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눈 상태가 조금 괜찮아지고 안구 내 주사에 대한 부담감이 크며 보호자 동행이 어렵고 생업이 바쁘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치료에 소홀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런 경우 다시 병원을 찾으면 신생 혈관이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터져 망막에 흉터가 생기고 시력 개선이 어려운 상태로 진행한 사례가 많습니다. 잘 치료받으면 악화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정말 큽니다. 황반변성 같은 망막 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상 악화를 막는 꾸준한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황반변성은 양측성입니다. 한 쪽 눈에 생겼다면 반대쪽 눈에도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치료를 열심히 하더라도 어느 쪽 눈의 시력이 잘 유지될지 예측하기는 의료진도 어렵습니다. 시력 유지가 어려워 막막하고 불안감이 크겠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질문자처럼 치료제를 투여하면 상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잦은 주사 투여를 위해 병원 방문을 하는 것이 어려워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주사 투여 간격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T&E 요법을 통해 상당히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 한 달 간격으로 주사하고 망막하액이 어느 정도 마르면 T&E 요법(Treat & Extend regimens)을 활용해 투여 간격을 환자 상태에 맞게 조절합니다. T&E 요법은 망막하 신생 혈관을 퇴행시켜 출혈과 망막하액을 억제해 시력 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투약 간격 조절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의 투여 간격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현재 시중에 허가 받은 치료제 가운데 가장 유연한 투여 주기로 주사할 수 있는 애플리버셉트 2㎎을 예로 들면,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4주에 한 번,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의 경우 최대 16주까지 투여 간격을 연장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올 4월에는 용량을 4배 늘려 지속력을 높인 애플리버셉트8㎎도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고용량으로 치료하면 주사 치료를 위한 투여 간격을 늘려줘 실질적인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확인한 임상 연구도 있습니다. 애플리버셉트8㎎을 투여 받은 환자 중 83%가 48주차에 12주 이상의 투여 간격을 유지했고, 16주 간격 투여군의 77%의 환자가 48주차에 16주 투여 간격을 유지하며 대조군 대비 더 적은 주사 횟수로도 시력 개선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안전성 데이터 또한 기존 연구와 유사했습니다. 또한 현재 허가 받은 약제 중 가장 긴 최대 20주까지 투여 간격 연장이 가능해 더 적은 주사 횟수로 질환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현장에서도 이 약제의 빠른 급여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진행성 질환인 황반변성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약 일정을 미루거나 놓치면 황반의 섬유화가 진행하면서 주사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고 눈 상태가 불량해진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특히 황반변성 치료 환경도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절대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투여 간격을 찾아 꾸준히 치료하면 시력을 유지하면서 평안한 일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퇴행성 눈 질환인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입니다. 특히 50대부터 발병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초기에는 뭔가 이상을 느낄만한 징후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운데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검은 점이 보이고 거리와 상관없이 선과 형상이 굽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노안과 달리 상당히 갑작스럽게 증상이 느껴집니다.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시력에 이상이 생겼고 며칠 지나도 증상이 계속돼 왔다고 호소합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땐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손실을 막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황반변성 위험도가 높아지는 50세부터는 보는 데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더라도 매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